항암을 끝낸 아내를 위한 사랑의 기록,회복의 봄을 맞이하는 우리의 시간
“항암이 끝났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나는 이제야 그대의 고통을 배운다“
그대의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숨결처럼 조용히
잃었던 계절이 돌아오듯
회복의 봄이 ,
그대의 이마 위에 피어납니다.
나는 자라나는 가느다란 생명의 선을 바라보며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그 병마저,나 때문이었다고.
가정을 지킨 그대의 등 뒤에서
세상의 이름으로 집을 자주 비운
어리석은 남자였음을 고백합니다.
그대는 평생을 가정의 기둥으로 살았고
나는 그 그늘에 안주했습니다.
이제 민요를 따라 흥얼대고
자수를 놓고,발효를 배우며
이제야 자신만의 삶을 그려보려는 그대
나는 그 모든 몸짓을 지금도 조심스레 읽고 있습니다.
다시 그대가 아플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대의 걸음걸이,미소의 곡선
그 작은 떨림 하나에도
마음이 젖습니다.
우리가 함께 넘긴 사십 년의 세월은
마치 한 장의 종이 같습니다.
그 종이 끝자락을 살짝 넘기면
우리는 다음 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오늘도 일과를 마치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대
그 미소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천상의 빛이자
우리가 부부였다는 ,영원한 징표입니다.
나는 다시 그대 곁에 머뭅니다.
지금은,
그대가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만히 지켜주는 사랑으로
그저 바람처럼,햇살처럼
그리고 마지막 장이 닫히는
그 날까지
함께 머무는 향기로 남겠습니다.
“ 이 글은 아내의 회복을 기념하며 씁니다.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