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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간다는 것

부부라는 이름의 시간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별에 대하여

by 최국만

“ 당신이 없으면 ,나는 누구입니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하나씩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명예도,욕망도,쌓아온 역할도 점점 흐려진다.

그러나 단 하나,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내 아내다.


젊은 시절,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말보다는 시간으로 증명되는 것임을 ,

결혼 후 40년을 지나며 알게 되었다.


사랑은 함께 늙어가는 일이다.

기쁜 날 함께 웃고,힘든 날 함께 잠드는 일.

한 사람의 고통을 자기 몸처럼 느끼고,

서로의 주름을 셈하며 오늘 하루를 더 소중히 여기는 일.

사랑은 그렇게 매일 매일 쌓여갔다.


나는 가끔 산책길에서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이 고인다.

그 가냘프지만 단단한 어깨 위에는

아이 셋을 키우고,살림을 꾸리고,아픈 몸을 이끌고도 늘 내 곁을 지켜준 시간이 얹혀 있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이다.

내가 늙어가는 걸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

그녀고,

그녀의 슬픔과 기쁨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도 없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마지막 풍경‘이 된다.

삶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서로를 가장 사랑할 무렵

어느 한쪽이 먼저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이라도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살아 있고, 내 곁에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사랑은 , 함께 있어주는 것”이라는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나는 지금 그 사랑을 살고 있다.


요즘은 너무 쉽게 이별하고,

너무 가볍게 사랑이 시작된다.

결혼이 선택이 된 시대, 함께 늙는 일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말하고 싶다.


부부란,서로의 불완전함을 품은 인생의 동반자이며,

늙어 갈수록 더 깊어지는 사랑의 형태이다.


지금은 젊지만

언젠가 당신도 노인이 될 것이다.

그날의 당신 곁에 누가 있을까.

오늘의 사랑이 ,소중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오늘도 아내와 함께 늙어간다.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다.

이 길이 끝나더라도,

나는 당신의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생의 끝에서도, 그대 곁에 머무는 향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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