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의 서약은 갱신이 필요하다

사랑은 한 번의 약속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 다시 ’예‘라고 말한다

by 최국만

해마다 봄이 오듯

우린 다섯 해마다 사랑을 새겼다

계약이 아닌 약속으로

서약이 아닌 마음으로


25년을 걸어온 날,

백금처럼 반짝이는목걸이와 반지를

당신 손에 조심스레 얹었다

이건 단지 선물이 아니라

함께 견딘 시간의 증표였다


세부의 바다,

에메랄드빛 물결 위로

우리의 그림자가 비쳤다

파도는 속삭이듯 밀려와

“당신들,참 잘 살고 있내요”

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그때가 생각난다

밤새 럼주 한 병을 다 비우고

하루를 꼼짝 못 한 날

그래도 아내는 내 옆에 있었다


우린 호텔 앞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발끝으로 파도를 맞으며 물었다

‘저 바다 끝에 뭐가 있을까?“

서로의 눈동자에 하늘이 맺히고

웃으며,또 잠시 고요해졌다

아름다운 날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 하루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인근 마을까지 갔다

구겨진 지도를 펴고

동네 사람들 한테 길을 물으며

웃고 또 웃엇다

호텔 침대 위에서는

팔베개를 베고,그 시절 첫 만남을

추억처럼 되돌아봤다


결혼 25년차,

사랑은 피로가 아니라

축제였다

우린 삶이 허락하는 한

또 30년차,35년차에도

갱신하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결혼이란 이름의 여정은

계속된다

이제는 단 한 사람,

그대와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대 곁에 머무는 향기” (4)

다음편 예고 (우린 전생에도 부부였을까. 9월22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과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