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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었다

40년을 함께 걸어온 아내,그리고 우리가 만나기까지의 길

by 최국만

세계 인구82억.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나는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돌이켜보면 신비한 일이다.

우리가 서로를 만나 40년 넘게 살아온 것은 어쩌면 천만 가지의 가능성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조용히 아침을 맞으며 나는 또 한 번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 우리는 서로의 삶에 스며들었을까?


나는 29세에 결혼했다.

그전에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짧은 인연과 긴 만남을 반복했다.

어떤 사람은 친구가 되었고,

어떤 사람은 스쳐 지나갔다.

그럼에도 내가 선택한 사람은 안현재,바로 지금의 아내다.


생각해보면 모든 사건이 그녀를 만나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을까?

사관학교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 절망 속에서 대학을 택하지 않았다면?

대학에 교지편집장이 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녀가 그 날,

교지편집위원 모집 공고를 보지 않았다면?

우리는 과연 만날 수 있었을까.


세상에 우연은 없다 했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연기’라고 부른다.

하나의 존재는 홀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연과 조건이 모여 비로소 피어난다고.


나는 나대로,그녀는 그녀대로 살아왔지만,

결국 우리를 이끈 수많은 조각들이 그날 한 공간에서 하나의 길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필연이었다면,

우리는 서로의 운명 안에 포함되어 있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아주 먼 생의 어딘가에서 이미 우리는 연이 맺어졌던 건 아닐까.


함께 살아온 40년,

우리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때로는 서로를 미워하고,더 자주 서로를 안아주었다.


우리 둘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고,그만큼 견고해졌다.

지금은 아내가 암이라는 복병을 만나 싸우고 있지만,

나는 매일 기도한다.

이 사람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떠받들고 싶다고.


이 인연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이제야 알겠다.

이 모든 과정을 겪은 지금 나는 말할 수 있다.

그녀는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필연이다.


사랑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저,그 사람이어야만 했고,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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