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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수십 번의 계절을 지나, 여전히 당신 앞에 선 나

by 최국만

40년 전

대학 교정에 벚꽃이 만발한 어느 봄날

그날이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다

수줍은 인사, 설레는 눈 빛,

그 작은 떨림 하나가

평생을 함께할 약속이 되었다.


이제 또 그날이

조용히 , 그러나 깊게

우리의 기억을 흔들어 깨운다.

반백의 삶을 함께 걸어온

우리의 시간들이 말없이 속삭인다.

“여전히 , 그리고 더 깊이 사랑하고 있노라고. ”


세월은 주름을 남겼지만

당신 눈빛은 여전히 따스하고,

그 미소는 그날처럼 곱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시간이 아닌 마음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오래된 기도이자 약속이다.


숱한 어려움과 그 고통의 순간을

어찌 이루 말 할 수 있을까.

처음은 단지 시작이 아니라

여태껏 함께 이뤄낸

기적의 날들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견디고, 일어서고, 서로를 감싸안았던

그 모든 순간이 쌓여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이제 더 깊은 울림으로,

더 끔찍한 사랑으로

딩신을 바라본다.

병마마저 어루만지는

그대의 인내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고,

내 곁을 지켜준 당신의 숨결은

내 삶의 가장 고요한 기적이다.


그날처럼,

다시 오늘을 살아간다.

매 순간 처음처럼,

당신이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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