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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위에 피는 꽃

세상 한가운데서 빛을 나누는 사람들,누군가의 하루를 살리는 작은 손길

by 최국만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살아온 지난 3년,

내 곁을 스쳐간 실습생만 70명이 넘는다.

대부분은 50대,60대의 여성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책임과 삶의 무게가 묻어 있었고,

어떤 눈에는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실습생들이 오는 날이면

나는 항상 그날의 실습 일정을 미리 작성해 준비했다.

교육기관으로부터 “실습생이 갑니다”라는 연락을 받으면

출근 전부터 머릿속은 분주해졌다.


기종이와의 산책,식사,음악,눈빛 교감,자립을 위한 반복 훈련까지….

내가 걸어온 시간을 실습생과 함께 나누는 것이

또 하나의 사명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2년 전 어느 봄날,

수심이 가득한 얼굴의 한 여성이 실습을 왔다.

“최국만 선생님 맞으세요?”

“네,잘 오셨습니다.”

“여기 읍내에서 너무 멀어요…. 어떻게 다니세요?”


그녀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고,

나는 그 눈빛에서 삶의 상처를 읽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조용히 털어놓았다.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반 년 넘게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다,친구의 권유로 이 길에 들어섰다는 것.


“교육장에서 처음 숨을 쉬는 것 같았어요.살아있구나 싶었죠.”

그녀는 두려움 속에서 실습을 시작했지만,

나는 천천히 보여주었다.

기종이와 내가 함께 걸어온 시간.

내가 자비로 구입한 장난감들,

아내가 만들어준 도시락,


스스로 옷을 입고,커피를 타는 기종이의 변화.

그 모든 것을 사진으로 보며

이야기로 나누었다.

“처음엔 장애인을 돕는다고 생각했어요.하지만 지금은 함께 살아가는 거라는 걸 느꼈어요.”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지금 이 자리에 온 것만으로도 위대한 선택을 하신 겁니다.

그 마음이 있다면 ,분명 좋은 활동지원사가 되실 수 있어요.“


내가 본 실습생들은 위대한 사람들이었다.

남편을 잃고 다시 삶을 붙잡으려는 사람,

생계의 벼랑 끝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

퇴직 후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

모두가 장애인 곁에서 새로운 빛이 되기 위해 이 길에 들어섰다.


내가 출근하는 새벽 6시,

출근길 소형차들의 불빛을 보면 ,

나는 안다.

그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

대부분 소형차를 타고 출근하시는 분들은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간병인,활동지원사들이다.


나는 실습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성은 원래 위대한 존재인데,여러분을 보면 정말 위대하다고 느낌니다.

가정을 지키고,자녀를 키우고,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또 한 사람을 지켜내고 있으니까요.“


그들은 4시간의 실습을 마치고 떠날 때 말한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기종이도(40세 지적장애인2급) 인사한다.

요즘은 손도 흔든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여러분이 있어서,정말 고마워요.”


오늘도 그들이 가는 길 위에는 ,그들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천사가 있다.

그리고 나는 진심으로 말한다.

“활동지원사 선생님,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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