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깊은, 눈빛과 숨결의 대화.침묵은 공허가 아니라 또 다른 목소리다
세상에는 말로만 나누는 대화가 있고,
눈 빛 하나로 마음을 전하는 깊은 대화가 있다.
나는 말이 없는 한 사람과 함께 걸어왔다.
그의 이름은 기종이다.
지적장애를 가진 채 세상을 살아가는 그는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나에게 늘 많은 것을 말한다.
아침이면 함깨 산길을 걷고,낮이면 마주 앉아 점심을 같이 먹는다.
때로는 라면을 끊여 나눠먹고,트로트 노래를 함께 들으며 차 안을 달린다.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하나의 언어였고,하나의 간절한 기종이를 향한 기도였다.
나는 방송국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프로듀서였다.
세상의 부조리와 슬픔을 카메라에 담으며,
약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
한 사람의 삶 곁에 조용히 앉아 말 없는 그의 세상을 경청하고 있다.
어느날,
기종이의 웃음 속에서 나는 신의 숨결을 느꼈다.
그는 말이 없지만 그 눈빛은
“선생님,고마워요.저도 말하고 싶어요.”라고 내 마음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는 매일 아침 ,기종이 집에 오면 같이 기도한다.
언젠가 그가 딱 한 마디,
“네”라고 말할 수 있기를.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해,나는 오늘도 그의 손을 잡는다.
이 글은 내가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살아온 지난 3년의 기록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가장 순수하고 조용한 교감을 담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다리가 되고
돌봄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말이 없다고 해서,아무 말도 없는 것이 아니다.
3년의 장애인활동지원사를 통해서
말을 못하는 지적장애인이지만 우리는 충분히,아름답게,서로를 향해 말을 걸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지금 당신 곁에 누군가에게
눈빛 너머의 말을 건네보기를 바란다.
* 퇴직 후 장애인활동지원사로서 겪은 3년간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수필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1. 돌봄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진정한 인간 교감의 순간들
2.장애인활동지원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이해 확대
3.고령화 시대를 맞아 퇴직 후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중장년에게 영감 제공
4.장애인,보호자,복지 관계자에게 현장의 진실과 따뜻함을 전하는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