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스며든 당신의 이름, 별빛처럼 머물다 (1)
어느 날,문득 생각했습니다.
"나는 누구 곁에 머물다 가는 사람일까."
그리고 그 물음의 끝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당신,내 아내였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특별한 순간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밥을 지어 나누던 저녁,
아이의 시험지를 함께 들여다보던 밤,
눈물 뒤에 조용히 건네던 사과 한 마디 ,
긴 침묵 끝에 다시 마주 앉아 웃던 그 날들
그 모든 사소한 하루들이 쌓여
당신과 내가 살아온 시간의 향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32년 동안 방송국에서 일했고,
당신은 수많은 일을 하며 수많은 이름으로
살아왔습니다.
아이들의 과외선생으로,
공무원과 병원 기획실장으로,
요양원장과 청소년 상담사로,
심지어 대학 교수,방송 모니터요원,적십자 봉사자까지.
하나하나의 이름 뒤에는
당신의 땀과 헌신,그리고 말 없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지금 당신은 암이라는 고통과 함께 살고 있지만,
그조차 '이 또한 지나가는 인연'이라 말하며
불교철학의 깊은 사유로 삶을 껴안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말했습니다.
"모든 것은 연기이며,무상이다.
그러니 집착하지 마.
지금 이 순간이 전부야"
그 말이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모릅니다.
그 순간부터,나는 당신의 존재 자체가
하늘에서 내려온 시 한 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집은
화려한 시어를 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내 마음의 기록입니다.
당신이 나의 곁에 머무는 동안,
나는 시인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웃고,
당신이 아파하고,
당신이 살아낸 그 모든 시간을
나는 시로 써 내려 갑니다.
그리고 바라봅니다.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나는 그대 곁에 머무는 향기로 남고 싶다고.
* 2026.3.16 “ 환갑을 맞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받치는 시집에 수록된 시를 한 편씩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