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왕복한 75km의 길, 나의 기도의 제목은 단 하나였다
기종이를 만나러 가는 길,
나는 차 안에서 늘 같은 기도를 한다.
“오늘도 기종이를 웃게 해 주세요.
그리고 오늘은…
제발 단 한마디라도 하게 해 주세요.”
기종이 집이 있는 연풍까지는 왕복 75km,
차로 40분.
세 해를 하루도 빠짐없이 이 길을 오갔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거리, 힘들지 않으세요?”
하지만 나는 힘들지 않다.
이 길은 단순한 출근길이 아니라
기도의 길이고, 기다림의 길이기 때문이다.
기종이는 이제 많은 것을 배웠다.
글자도 쓰고, 퍼즐도 맞추고, 산도 오른다.
이젠 특별히 어려운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간절함이 하나 있다.
“기종이가 말을 하는 것.”
단 한마디 “네”라도 좋다.
웃을 때 입을 벌리고 웃는 것만이라도 좋다.
그저 그 아이의 침묵이
조금이라도 열리는 날을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기종이는 여전히 말하지 않는다.
웃을 때도 입술을 굳게 닫는다.
그러나 그 아이의 미소는
언제나 천사 같다.
그 미소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한다.
그 미소는
내가 기종이를 왜 포기할 수 없는지를 말해준다.
나는 매일 그 미소를 보며 다짐한다.
“오늘도 기다린다.
언젠가 그 아이가
나를 향해 첫마디를 꺼낼 그날까지.”
돌봄이란
그저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다리는 일이라는 걸
나는 기종이를 통해 배웠다.
왕복 75km의 길,
세 해를 이어온 기도,
침묵 속에 전해지는 미소.
그 모든 것이
내게는 축복이었다.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언젠가 기종이가
그 미소와 함께
단 한마디, “네”라고
말할 날이 오기를.
그날,
내가 흘리는 눈물은
오늘과는 또 다른 눈물이 될 것이다.
기다림의 눈물이, 기쁨의 눈물이 될 것이다.
다음 편 예고
10부
<내가 없는 세상에서 기종이는어떻게 살아갈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 또한 있다.
언젠가 우리는 서로 각자의 사정으로 헤어질 날이 올 수 있다.
그때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인연이 다함을 받아 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