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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기종이, 네가 나의 기도였다.

내 건강이 허락되는 한, 나는 너와 함께 세상을 맞추어 살아갈 것이다

by 최국만


내 나이 예순일곱.

이제 몸의 여기저기에서 신호가 온다.

젊을 때는 밤을 새우며 취재을 해도 거뜬했지만

이제는 짧은 언덕을 걸어도 숨이 찰 때가 있다.


가끔 차를 몰고 연풍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내 건강을 걱정하며 이런 생각을 한다.


“언젠가 내가 더 이상 운전할 수 없게 된다면?

기종이는 나 없이도 괜찮을까?”


하지만 생각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에게 대답한다.


“아니다. 내 건강이 허락되는 한,

나는 이 청년과 함께 세상을 맞추며 살아갈 것이다.”


기종이와의 3년은

단순한 돌봄이 아니었다.

그건 나의 삶을 다시 꺼내어

조용히 정리하게 만든 시간이었고,

나의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준 시간이었다.


그 청년은

말 한마디 하지 않지만,

그 미소 하나로

나를 하루에도 몇 번씩 일으켜 세웠다.


나는 기종이를 돌본 것이 아니라

기종이가 나를 돌봐주었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나는 이제 알고 있다.

기종이가 나에게 ‘사명’이 아니라 ‘기도’였다.


내가 매일 아침 차 안에서 드리던 그 기도

“오늘도 기종이가 웃게 해 주세요.

오늘도 기종이가 건강하게 해 주세요.”

사실 그 기도는

내 자신에게도 한 기도였다.

내가 더 오래 건강하게 있어

이 청년을 지켜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나요?”

나는 그럴 때마다 웃는다.


“이건 필요가 아니라, 약속입니다.

내 건강이 약해지 더라도

나는 기종이와 함께

세상을 맞추며 살아가려 합니다.”


이 청년이

내 곁에 있는 동안

나는 나의 남은 날들을

더 깊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어느 날 이 길의 끝에

우리 둘을 갈라놓는 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이 청년과 함께

같은 세상을, 같은 하늘을, 같은 시간을

맞추며 살아갈 것이다.


기종이,

너는 내 삶의 가장 긴 기도였고

가장 조용한 스승이었고

내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가장 진실한 이야기였다.


언젠가 우리 둘의 길이 갈라져도

너의 천사 같은 미소는

내 마음 속에서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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