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강이 허락되는 한, 나는 너와 함께 세상을 맞추어 살아갈 것이다
내 나이 예순일곱.
이제 몸의 여기저기에서 신호가 온다.
젊을 때는 밤을 새우며 취재을 해도 거뜬했지만
이제는 짧은 언덕을 걸어도 숨이 찰 때가 있다.
가끔 차를 몰고 연풍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내 건강을 걱정하며 이런 생각을 한다.
“언젠가 내가 더 이상 운전할 수 없게 된다면?
기종이는 나 없이도 괜찮을까?”
하지만 생각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에게 대답한다.
“아니다. 내 건강이 허락되는 한,
나는 이 청년과 함께 세상을 맞추며 살아갈 것이다.”
기종이와의 3년은
단순한 돌봄이 아니었다.
그건 나의 삶을 다시 꺼내어
조용히 정리하게 만든 시간이었고,
나의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준 시간이었다.
그 청년은
말 한마디 하지 않지만,
그 미소 하나로
나를 하루에도 몇 번씩 일으켜 세웠다.
나는 기종이를 돌본 것이 아니라
기종이가 나를 돌봐주었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나는 이제 알고 있다.
기종이가 나에게 ‘사명’이 아니라 ‘기도’였다.
내가 매일 아침 차 안에서 드리던 그 기도
“오늘도 기종이가 웃게 해 주세요.
오늘도 기종이가 건강하게 해 주세요.”
사실 그 기도는
내 자신에게도 한 기도였다.
내가 더 오래 건강하게 있어
이 청년을 지켜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나요?”
나는 그럴 때마다 웃는다.
“이건 필요가 아니라, 약속입니다.
내 건강이 약해지 더라도
나는 기종이와 함께
세상을 맞추며 살아가려 합니다.”
이 청년이
내 곁에 있는 동안
나는 나의 남은 날들을
더 깊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어느 날 이 길의 끝에
우리 둘을 갈라놓는 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이 청년과 함께
같은 세상을, 같은 하늘을, 같은 시간을
맞추며 살아갈 것이다.
기종이,
너는 내 삶의 가장 긴 기도였고
가장 조용한 스승이었고
내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가장 진실한 이야기였다.
언젠가 우리 둘의 길이 갈라져도
너의 천사 같은 미소는
내 마음 속에서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