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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리는 가족여행 1

행복하기엔 걸리는 무언가

by 재형

갑자기 눈앞에 총알이 날아왔다. 모든 행복이 터지는 듯한 소리였다. 무언가를 예고하는 걸까? 의심은 반죽처럼 늘어나 나를 괴롭혔다. 내일은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가는 여행이라 설렜는데, 이 설렘이 변질되어 비극으로 찾아올 것이다. 엄마, 누나, 아빠와 함께 계획된 워터파크가 첫 여행 날의 시작이다.


새벽이 왔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악몽에 다친 마음을 달래 보았다. 씻으러 들어갔다. 새로운 하루를 개운하게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나의 힘을 부어 열심히 물과 함께 나를 깨끗하게 만들었다. 거울을 보는데 오늘따라 얼굴에서 빛이 났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것이라는 패기를 가득 챙겨 넣었다. 준비하다 보니 아침식사를 하고 싶어졌다. 가족들에게 말을 해 김밥을 사러 나갔다. 주문했는데 종업원이 하는 말에 당황스러웠다. 나의 마음은 이미 뒤로 쓰러졌다. 김밥 네 줄 만들 때 30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지금 문을 연 유일한 식당이었기에, 알았다고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


공기는 차가웠다. 보이지 않는 먼지가 섞인 듯한 기분이었다. 지친 마음에 어깨가 내려가던 중,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보였다. 다가가자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아이고 요새 날도 더운데 요구르트 사가. 신제품 나왔는데 원래 3개 6000원 팔 거 3개 3000원 팔아요.“ 그 말을 듣자 왜 굳이 할인을 할까라는 의심에 의아했지만 나는 대답했다. “네 9개 주세요” 그 말에 웃으며 9개를 포장해 주셨다. 그런데 그때의 미소가 마치 악마가 누군가를 죽이고 짓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김밥을 받으러 갔다. 포장이 되어 있었다. 포장된 김밥은 갇힌 천사가 손 흔드는 것 같았다. 들뜬 마음에 집으로 향했다. 우리 가족 모두 김밥을 먹었다. 입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기분이었다.


후식으로 요구르트를 마시다 문득, 이번에 나왔다는 신제품을 인터넷에서 얼마로 팔지 궁금했다. 검색하자 나온 결과에 심장이 터져버렸다. 9개를 3000원에 팔고 있었다. 사기당한 것이었다. 피곤에 절어 세상에 무심해 보였던 나를 이용한 것 같았다.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한심했다. 요구르트 아줌마에 대한 분노가 올라왔다. 가족들 모두 요구르트 맛이 독특한데, 입안을 시원하게 해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함께 모여 가게 될 여행인데, 시작부터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는 참기로 한 후, 곧 출발할 여행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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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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