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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Feb 10. 2019

여태 안간 일본을 왜 가는거예요?

교토-오사카 여행 이야기 (1) 

 한국과 가까운 일본은, 그렇기에 제게는 늘 후순위로 밀려나던 여행지였습니다. 해외 여행을 뻔질나게 다니는 제가 어째서 일본은 한번도 가지 않았는지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한국에서는 제주도 다음으로 흔한 여행지가 일본이니까요. 모두가 다녀온 나라라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탓도 있을 거예요. 주변인들의 후기나 넘쳐나는 여행 에세이만으로 일본에 이미 친숙해져버린 느낌이었거든요. 남들이 잘 찾지 않는 낯선 도시들을 걷고 싶은 욕심이 큰 저에게는 일본이라는 행선지가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습니다. 


 이런 제가 일본행 비행기 티켓을 끊은 이유는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지인 때문이었습니다. 힘겨웠던 직장 생활을 함께 견디고 (결국 모두 퇴사했지만) 독일 여행을 함께 했던 언니가 지난해부터 오사카로 건너가 살고 있었거든요. 제가 평상시 언니를 부르는 애칭 그대로 글에서도 언니를 달님이라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달님이란 애칭에는 심오한 의미는 없어요. 당시 대리 직급이었던 언니를 메신저로 급하게 ‘ㄷㅏ리님’, ‘댈님’, ‘다ㅣㄹ님’ (제가 평소에 오타가 좀 심해요..) 엉망진창으로 부르다가 최대한 짧게 ‘달님’으로 부르겠다고 멋대로 선언해버렸죠. 달님이 승진을 해서 직급이 바뀌어도 저만은 꿋꿋하게 ‘달님’으로 부르며 애칭이 굳어졌습니다.

 

 우리의 관계도 애칭의 발랄한 역사처럼 격식 없고 유쾌합니다. 그래서 달님이 건너간 이후로 오사카는 제게, 일본의 흔한 관광지 중 한 곳이 아니라 일상이 궁금한 도시로 변했어요. 관광객들이 의례 밟는 관광 코스 말고 장을 보고 여가 시간을 즐기고 삶을 영위해 나가는 동네로써 알고 싶어진거죠. 그래서 김포-오사카 왕복 항공권이 특가로 나왔을 때 망설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간 길-게, 여행이 아닌 방문으로 저는 오사카행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 계획은 겨울의 짧은 여행을 고민하던 부모님이 뒤따라 합류하면서 절반의 시간으로 바뀌긴 했지만요. 일정 절반은 가족과 관광객 모드로, 나머지 절반은 현지인(1년 거주면 현지인으로 불러도 무리는 없겠죠?)과 현지인 모드로 일본을 느끼는 것도 꽤 좋았어요. 


 12월에 항공권을 끊고 여행까지 한달의 시간이 있었지만 여행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1월 초에 갑작스럽게 일을 시작하고 바로 실무를 시작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별안간 바뀐 삶에 허덕거리는 시간이 출국 직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비행기 이륙 2시간 전에 손에 잡히는 대로 소지품을 담아 배낭을 쌌는데(출국공항이 김포였기에 천만다행입니다), 핸드폰 충전기를 깜빡했다면 말 다 한 거죠. 가족이 동행한다는 사실과 달님이 거두어 주리란, 든든한 믿을 구석이 있었기에 저는 이 여행에 대해 거의 긴장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그렇게 몸뚱이 하나 믿고 저는 일본에 도착했습니다. 기대 없이 온 일본이지만, 그럼에도, 혹은 그래서, 결코 뻔하지 않은 경험들을 하게 되리라 예감했습니다. 진짜 여행이 마땅히 그러하듯이요.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내렸을 땐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맑고 파란 하늘이 머리 위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트려 놓아도 서울보다 온화한 날씨덕에 기분 좋게 넘길 수 있더라고요. 곤니찌와! 그렇게 일본과 첫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일본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대기였다. 서울의 겨울은 한파 아니면 미세먼지라는 끔찍한 선택지에 놓여 있었는데, 교토와 오사카는 맑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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