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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Feb 18. 2019

도시의 가장 흔한 존재, 자전거

교토-오사카 여행이야기 (4)

 저는 자전거 도시라고 하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덴마크의 코펜하겐, 독일의 베를린 등 유럽이 먼저 떠올라요. 그리고 일본 도쿄랍니다. 유럽의 도시들은 여행을 다니며 생생하게 체험한 반면, 도쿄는 영화나 드라마, 사진에서 얻어진 인상의 결과였죠. 가끔 만들어진 이미지와 도시의 실상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일본에서 자전거만큼은 예상했던 그대로였습니다. 도시의 어떤 풍경을 찍든 모든 프레임에 자전거가 들어오곤 했으니까요. 인파로 붐비는 관광 특수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현지인들과 인도를 나란히 나눠가졌습니다. 좀처럼 경적을 울리지 않고 위협적으로 속력을 내며 내달리지도 않는 그들과 사이좋게 공존했죠.


 오사카에 살고 있는 달님은 오피스텔 1층 주차장의 자전거를 먼저 자랑했어요. 중고로 샀다는 하얀 자전거는 충분히 귀여웠지만 그것보다 더 탐이 났던 건 자전거 전용 주차장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각 호수 별로 할당된 거치대가 있었고 처마가 있어 비와 눈이 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일본은 전용 주차공간을 먼저 확보해야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자전거도 그에 못지 않게 주차공간을 만드는데 힘쓴다고 해요. 그래서 모든 건물, 하다못해 작은 가게도 그들만의 작은 자전거 주차장을 갖추고 있고요. 문득 제 자전거 핑구를 생각하며 가슴이 아려왔어요. 제가 사는 오래된 아파트는 자전거를 화단 구석에 세우게 하는데, 비와 눈은 물론이고 새똥과 가을 낙엽, 심지어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까지 맞는 수난을 감수해야 하거든요. 서울에서 자전거 나들이를 나가도 자물쇠를 걸 마땅할 자리를 찾는데 고생했던 적도 많고요.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자전거를 관리합니다. 자전거를 사면 구청에 등록해야 하는 것이 의무이고, 모든 자전거는 고유번호를 부여 받게 돼요. 그래서 분실, 도난 등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고할 수 있고 추적도 가능하죠. 자물쇠를 끊고 가져가버리면 자전거를 되찾을 확률이 0에 가까운 우리나라와는 다릅니다. 주인인 개인이 자신의 자전거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자전거를 중요한 사회 인프라 중 하나로 여기며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친환경 도시이자 살기 좋은 도시로 서울을 재정비하는 움직임에서 자전거-친화성은 중요한 정책 중 하나였습니다. 공유자전거가 도입되면서 따릉이가 시내 곳곳에 비치됐고, 자전거도로 비율도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차도 외측에 협소하게 선을 그어 만든 자전거도로는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불안감만 갖게 했습니다. 차들은 거리낌없이 자전거도로의 경계를 넘어 달리기 일쑤거든요. 자전거 사고율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가을부터는 자전거 헬멧 의무화가 시작됐지만, 조금 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전거도로 자체가 인도에 있거나 방지턱으로 차도와 구분된 일본에서는 헬멧을 쓴 자전거 운전자들은 거의 보지 못했어요. 


 모든 교통수단이 그렇듯 자전거 또한 생활권을 넓혀주는 고마운 기기입니다. 자동차나 대중교통이 도달하는 범위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건강에도 좋다는 장점이 있죠. 걸어가긴 부담스럽고 대중교통을 타기엔 애매한  곳을 가야 할 때 제게 자전거 페달은 멋진 해결사였습니다. 또한 익숙해진 도시의 풍경을 색다르게 바라보고 싶다거나 한정된 일상의 영역을 살짝 넓혀보고 싶을 때도 자전거는 옳은 선택이었죠. 자전거 앞 바구니에 잔뜩 산 장바구니를 담아 귀가할 때면 부자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화창하고 온화한 날, 아름다운 한강을 내달리는 기분은 또 어떻구요. 이마와 목덜미에 맺히는 땀방울은 강바람에 곧 닦여나가고 숨은 기분 좋게 차오릅니다. 도시가 누구나 자전거를 안전하고 손쉽게 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건 시민들에게 소박한 행복을 보장해주는 일이라 생각해봅니다. 




자전거가 일본의 풍경을 완성시키는 요소인 건 분명합니다. 그건 도시의 문화 자체를 상징하는 것과도 같죠. 생활자전거인으로서 정말 부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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