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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Aug 16. 2019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지만 (1)

면허는 70%의 노력과 30%의 감각을 요구한다: 좌충우돌 면허취득기


 

 혈기왕성한 20대에는 나폴레옹처럼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면 모든지 이룰 수 있다고 믿었죠. 그 순수한 믿음과 의지는 성공과 실패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경험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십년간 겪은 일들은 제 믿음을 수정하게 만드는데 충분했습니다.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성실함과 끈기는 분명 변화를 만드는 힘입니다. 노력은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노력의 효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영역을 주관하는 것은 타고난 천성인 듯 합니다. 여기에는 성향, 성격이 있을 수 있고요, 특출한 감각이나 소질도 포함됩니다. 가족환경이나 신체적 조건도 해당되죠. 종합적으로 개인이 선택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갖춰진 것들입니다. 물론 타고난 것들의 가치는 상대적이라 어떤 상황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하다가도 다른 코너에서는 취약한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요.



 이런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게 된 건 바로 운전면허에 도전하면서 입니다. 뭔가 거창하고 근사한 일에 도전했다가 좌절한 숭고한 비극을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인생에서 본 가장 쉬운 시험이라고들 하는 그 시험에서 유일하게 재수를 거듭한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운전감각’을 갖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면허에 도전하기 전까지는 꿈에도 몰랐던 사실이예요. 







소싯적 카트라이더도 좀 했었으나 .. 실전과는 하등 관계없는 이력이었다. 그나저나 카트라이더가 벌써 15년이 됐다니! (카트라이더 15주년 기념 라이더 헌정 영상 캡처)

 

당시 씽씽이 나는 1위도 곧잘 하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운전 자체보단 아이템 운빨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




 보통 수능을 치른 고3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면허를 따는 거라고 하죠. 늦어도 스무살 초반에는 다들 완수한다는 일을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거든요.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 저로서는 당장 면허를 딴다한들 차를 운전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게 분명했죠. 어른들은 없는 것보단 따놓는 게 이익이라며 훈수를 두셨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어요. 자발적으로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고집스런 저니까요. (여기서 교훈: 연륜의 지혜는 때론 근거가 없어도 옳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면서부터 면허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조금씩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엄마가 된 친구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하루라도 빨리 면허를 따 익숙해지라는 충고를 많이 해줬어요. 또 부모님의 서울방문이 잦아지면서 차가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구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렌트한 차를 직접 운전하시는 일은 이제 부모님께 버겁게 보였으니까요.


 

 마침내 서른이 넘어 저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면허를 따야겠어! 라고요. 마음을 먹었으니 따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인생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거의 2년. 제가 면허를 따기까지의 걸린 시간입니다. 믿기 어려우시죠? 당사자인 저도 믿어지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핫! 자기 변명이자 위로의 면허취득 수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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