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감정을 읽을 새로운 기술이 필요해

언택트 시대의 소통을 위하여

by Limi

코로나19가 점점 심각해지네요. 집담감염 사례로 최근 오일간 매일 3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나왔는데, 오늘은 400명에 가까운 397명을 기록했어요. 23일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모두 생활방역수칙에 따라 안전히 일상을 꾸려나가시길 빌게요. 감염상황이 악화되다보니 다시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회사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곧 개강하는 저희 대학원도 대면과 비대면의 혼합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한다는 지침을 철회하고 중간고사까지는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한다는 공지가 내려졌습니다. 예정됐던 세미나나 교수님과의 면담, 동기들과의 만남도 Zoom으로 대체할 수 밖에 없어 서운하구요.



그래도 화상통화 기반의 Zoom은 그나마 나은 편이예요.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있으니까요. 직접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하는 공간에서와는 다른 차원의 '바라봄'이긴 하지만. 미소를 짓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표정을 읽을 수 있고,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고개를 젓는 몸짓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이러한 비언어적인 단서들은 의사소통을 할 때 언어적 메시지 못지 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이런 총체적인 상호소통에 익숙한 사람은 단순히 '말'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는 어쩐지 충분지않다는 느낌을 받아요.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저는 온전한 대화라는 건 문자보단 통화가, 통화보단 화상대화에서 더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가장 좋은 방식은 역시나 직접 만나는 일이라고 믿어요.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들은 가능한 선에서 절충안에 타협하게 하죠. 이 문제는 코로나로 늘어난 재택근무자들 사이에서 부각되는 것 같아요. 사무실 안에서는 퀵미팅을 갖는 게 가능했지만, 재택근무 중에는 정말 중요한 의사결정 문제가 아닌이상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업무지시와 소통이 이루어지니까요. 메신저를 통한 회사조직 내 소통은 이미 보편화되었습니다. 하지만 비언어적 표현이 불가능한 메신저에서 저마다의 난처함을 느낍니다. 낮은 직급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높은 직급은 그 대답을 어떻게 해석할 지 어려워지는 건데요. 지난해에는 회사원들 사이의 '넵병(病)'이 공식화되기도 했죠.


2019100402156_0.png 출처: 박돈규 기자 <'네''넹''넵'사이... 의욕충만인가 립서비스인가>, 조선일보(2019.10.05)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넵'이란 대답이 듣는 사람이 받을 '느낌'을 고민한 산물이라는 거예요. '딱딱해 보이거나 가벼워보일 수 있는 '네''넹' 따위의 대답 대신에 빠르고 명료한 느낌을 주는 '넵'을 사용'(위 동일기사 인용)한다는 거죠. 대중적으로 이 넵병이 알려지기 전에 조사를 통해 이를 연구한 사례도 있었는데요. 연구자는 대답을 이루는 감정의 축을 '수동적'과 '자발적', '예의바름'과 '무례함'으로 설정하고 '네.', '네넹', '넹~', '넵넵!' 등의 다양한 '네' 대답의 변형들을 지정화한 '넵 맵'을 만들었습니다. 이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건 대답하는 이와 대답을 듣는 자 사이의 권력과 힘의 관계에서 미묘한 감정을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이예요. 즉 알았다라는 긍정의 언어적 메시지만큼 (혹은 그보다 더)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거죠.




사람간의 소통은 단순한 의미전달, 그 이상의 행위예요. 관계를 돈독히 하고 친밀감과 신뢰를 쌓는 방식이죠. 그래서 의사소통을 할 때 감정과 느낌의 전달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 미묘한 느낌들을 오해없이 예민하게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코로나19와 기술의 발달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지만 급성장한 원격의 기술에 비해 제한된 소통방식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기술을 우린 아직 갖추지 못한 것 같아요. 사람의 감정과 태도를 읽는 기술은 알고리즘이나 매체에 의존할 수 있는게 아니라 개개인이 함양해야 할 능력일까요? 고도로 발전된 기술은 감정을 전달하고 해석해주는 기능도 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합니다. 그러나 당장 저는 오늘도 단톡방의 무미건조한 '넹ㅎㅎㅎ', '네에', '네~' 사이에서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심리를 읽으려 노력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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