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달리기를 좋아하세요?

몰입의 경험과 함께 뛰기의 즐거움

by Limi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라방 최초로 야외에서 인사드리네요. 여기는 저멀리 남산타워가 보이는 경리단길입니다. 야트막이 보이는 저 능선이 남산의 것이구요, 자랑하고 싶어서 보여드려요. 방금 전 저 남산공원길을 따라 러닝을 했거든요. 오늘 급 결성된 러닝팀과 함께요. 한강공원이 집에서 가까운 덕분에 저는 자주 한강변에 나가는데, 주로 달리고 걷기를 반복하는 무난한 운동을 해왔어요. 크루들과 달려본 몇번의 경험도 있지만 대부분 짧은 거리에 이십명이 넘는 이들이 함께해서 운동보단 엔터의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래서 정식 달리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죠. 오늘은 두명의 러닝맨과 집중해서 뛰는 첫경험이라 긴장을 많이 했어요. 저의 느린 속도와 부족한 체력이 그들의 유쾌한 러닝을 방해할까봐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행복했습니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뛴 건 5k 마라톤에 나갔던 이후 굉장히 오랜만이었어요. 운동을 좋아하고 또 운동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게을러진 적은 없었어요. 다만 그동안의 운동들은 제 한계에 대면하고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 아니라 편안하게 지속하는 '습관'에 가까웠습니다. 오늘의 달리기는 제 나름의 '도전'이었어요. 남산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해서 교차되는 평이하지 않은 코스입니다. 경사길을 오를 때마다 호흡이 가빠지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서 그만 뛰고 싶다는 마음이 치밀어 올랐죠. 하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되뇌이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습니다. 한계의 고지들을 어렵게 넘고나서 느끼게 된 희열감이란!


러닝을 마치고 경리단 서울루덴스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전망. 땀흘리고 맞는 밤바람이 선선하기 그지없네요.


'몰입'이란 심리적 상태를 대중적으로 알린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를 다들 아시죠? 이 저자가 공저의 형태로 쓴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Running Flow)>가 최근에 번역되었답니다. 이 책은 달리기가 몰입을 경험하는 기회를 높이는데 특히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어요. 달리는 사람은 다른 부차적인 생각과 걱정을 잊고 오로지 달리는 행위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 순간의 온전한 주인이 되며 목적을 달성할 때 최상의 즐거움을 얻게 되는거죠.




사람들이 대부분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생애 최고의 순간들은 수동적이거나 수용성이 크지 않을 때, 혹은 편안할 때 찾아오지 않는다. (중략) 최고의 순간은 까다롭고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체 혹은 마음을 한계 수준까지 확장시킬 때 찾아온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크리스틴 웨인코프 듀란소, 필립 래터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샘터(2019)




저는 오늘 러닝에서 이 몰입의 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건 '함께' 뛰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고요. 오늘 러닝은 노련한 리더가 선두에 서 지휘하고 초보인 저, 상급자 순으로 대열을 이루었습니다. 제가 무한정 뒤처지지 않도록 뒤에서 잡아주는 역할을 상급자가 해줬던 거구요. 러닝 내내 동료들은 제가 지쳐하면 '화이팅'을 외쳐주고 제 속력에 맞춰 전반적인 속도를 조정해주는 등 많은 배려를 해주었어요. 내 호흡을 놓치지 않으면서 내가 속한 전체의 호흡 또한 잃지 않는 것. 같은 곳을 향해 나란히 달려간다는 함께 달리기의 가치를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앞으로도 열심히 뛰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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