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죽은 자의 흔적은 정리되면서 기억되어야 한다

김완의 <죽은 자의 집 청소>

by Limi

오늘은 책 한권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출간되자마자 화제가 되어 이미 읽어보시거나 어디선가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해요. <죽은 자의 집 청소>입니다. 특수청소업체의 김완 대표의 에세이로 그의 특별한 청소서비스와 그에 얽혀 대면할 수 밖에 없는 죽음에 대한 책이예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특수청소'는 홀로 죽어간 자의 집, 쓰레기가 쌓이고 오래 방치되어 엉망이 된 집 등 쉽게 치울 수 없는 집을 청소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읽으면 굉장히 괴로울 거란 생각때문에 책을 시작하기 두렵다는 분들이 라방에 많이 계시네요. 분명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정확하게 그러한 이유로 읽어보셨으면 해요. 우리에게 낯설고 우리를 불편하고 아프게 하는 이야기는 익숙한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시야를 확장시켜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저자가 용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와도 같아요.




800x0.jpg 출처: 예스24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機轉이 되리라 믿습니다.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영사(2020), 에필로그 중에서



책은 크게 두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는 일로써 마주하게 된 현장과 그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구요. '2장:조금은 특별한 일을 합니다'는 저자 개인에 더 파고들어 사적인 사건들과 생각들을 이야기합니다. 책을 소개하면서 구체적인 내용들을 언급하고 싶진 않아요. 누군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신중해야하기 때문에 저자가 서술한 사례들을 단순하게 옮기는 일은 피하고 싶습니다. 다만 제가 느낀 저자의 태도-일터에서 죽은 자의 흔적을 정리할 때 그들의 삶과 선택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려 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깊게 이해하려고 하는, 그 태도가 인상깊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태도가 글 전체에서 느껴졌습니다. 일을 하려면 지나친 감정이입을 주의하게 된다고 말하는 저자는 독자 역시 단순한 감정에 휘말리도록록 강요하지 않거든요. 얼마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모두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서 그는 찬찬히 그가 보고 겪은 일을 써내려갑니다.



저는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거나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 보이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또한 '고독사'를 '고립사'라는 표현으로 바꿔 부른 일본의 선택에 대해 그것이 '죽은 이의 고독이 솜털만큼이라도 덜해지진 않는'다며 '죽은 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 편에서 마음의 무게와 부담감을 덜어보자는 시도'라고 지적했던 날카로운 시선도 좋았습니다. 청소 의뢰를 하는 사람들에게 '상대의 설명에 의존하기보다는 감정을 느끼는 데 집중하는 편이 그곳에 놓인 구체적인 사실에 다다를 가능성을 높인다'는 성찰도 예리하다고 생각하구요. 어느 글에서 '특별하다는 관념은 언제나 가치 없는 것이 있다는 믿음을 전제'한다는 점을 꼬집으며 '차라리 여기 있는 모든 것이 특별하다고' 말하길 바라는 저자를 보며 이 사회에 소외받고 차별받는 이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나의 단단함이 우선 필요합니다. 그 고통에 전이되어 같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요.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타인의 고통에 귀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갖춰졌을 때, 그때 이 책을 펼쳐보시길 바랄게요. 그 순간 여러분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죽음이 결코 먼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게 될 거예요. 그 흔적들은 비록 특수청소업체의 힘을 빌려 깨끗이 사라져야 할 무엇이지만, 우리가 마음 속에 새겨야 할 어떤 교훈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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