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나의 독백이 아닌 우리의 대화

손님들의 참여로 '모두의 대화'가 된 라방

by Limi

폭우와 폭염, 태풍과 심각해진 코로나까지 재해가 끊이질 않았던 8월. 그래서일까요. 달력을 보고선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8월도 이제 5일이 남았어요. 저의 라방이 남은 날이기도 하구요. 막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하루하루 어떻게 해내가야할 지 막막했는데, 어느덧 매일을 꽉 채워 끝을 향하고 있네요. 그동안 많은 분들이 라방에 오셨는데, 그중 제일 감사한 건 아무래도 단골손님들입니다. 매일을 거의 빼놓지 않고 찾아와 하루를 같이 마무리했던 이들이죠. 그래서 어제-오늘은 단골손님들을 초대해서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전문 방송인이나 유명인은 더더욱 아니예요. 그렇다고 뚜렷한 주제와 소재들을 준비해서 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아니구요. 가끔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를 소개하고 음악을 들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매일 1시간의 방송시간을 채우는 것은 대부분 일상적인 이야기입니다. 하루의 일들- 그 속에서 기분과 마음의 변화와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왔죠. 기본적으로 '독백'에 가까운 셈이죠. 그런데 일방적으로 저의 말만 늘어놓아야했다면 아마 저는 라방을 일주일도 지속시키지 못했을거예요. 제가 계속 해올 수 있던 건 저의 '독백'을 '대화'로 만들어주었던 손님들이었어요. 라방에는 참여자간의 실시간 채팅 기능이 있습니다. 약간의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그 채팅을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들 덕분에 라방은 '모두의 대화'가 될 수 있었어요.



'대화'란 그 자체로 매력적인 행위이자 작용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한 사람이 의도한 대로 완벽히 통제되지 않거든요. 난데없이 다른 화제로 넘어가거나 의외의 반응이 나오면서 예상과는 다른 경로로 전개되곤 하죠. 그런 어긋남과 일탈의 순간들이 대화의 재미와 풍성함을 더해줍니다. 일기나 에세이 등도 언젠간 누군가에게 읽히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작가와 독자간의 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생한 말들이 얽히며 이뤄지는 살아있는 현장의 대화만큼 생동적일 순 없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매일밤마다 저를 예측하지 못한 이야기로까지 이끌어주었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릴 수 밖에 없어요. 같이 이 방송을 만들어온 셈이니까요.



갈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기회가 사라지고 낯선 타인과 대화를 하게 되는 일마저 줄어드는 세상이 되고 있어요. 코로나라는 지구적 팬더믹이 강력하게 떨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문화적으로 그런 경향이 강해져왔었죠. 그 희박해진 가능성을, 인터넷과 SNS라는 채널을 통해 다시 복원해낼 수 있어 참 기쁩니다. 언택트 시대가 본격화된 만큼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유지하는 방식도 이제는 새로운 세계와 채널을 기반으로 고민해야 할테죠. 그 변화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그리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낙관을 확신하게 해준 분들께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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