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늘을 위로받는 음악

감정의 모드를 전환시켜주는 음악의 힘

by Limi

오늘 불금에 사뭇 우울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마침내 정부가 격상된 방역조치를 발표했기 때문이예요. 30일부터 수도권은 2.5단계에 해당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됩니다. 모든 음식점은 밤 9시 이후로는 매장 영업이 금지되고 (포장과 배달만 가능)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구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젊은층의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예요. 우선 일주일을 시행기간으로 한다지만 증가추세가 확연히 줄지않는 한 당분간 계속될 것 같죠? 악화되는 감염 사태를 걱정해왔지만 막상 강화된 조치가 내려지니 마음 속 불안은 더 심해지네요.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생계와 삶도 걱정되구요.


이 우울을 달래며 함께 들었던 음악들을 소개할게요.(이날 방송에 참여했던 분들이 좋아하는 노래나 듣고 싶은 노래를 추천해주셨어요!)


-첫 곡은 로렌 데이글(Lauren Daigle)의 'You say'

2019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CCM 앨범상을 받은 앨범의 타이틀 곡이예요. 우리가 가진 나 자신에 대한 불안과 의심, 불신에 대해 보편적으로 노래하고 있어 종교와 무관하게 들을 수 있는 좋은 곡 같아요. 'I keep fighting voices in my mind that say I’m not enough / Every single lie that tells me I will never measure up'의 가사가 이를 잘 말해주는데요, 결국 나에게 충분히 강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건 신의 목소리를 빌리지 않더라도 내가 나 자신에게 매일 속삭여주어야 하는 말일 거예요.



-James Bay의 'Break My Heart Right'

거칠고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James Bay. 이 노래는 자신을 산산조각 내는 것처럼 괴롭고 아프게 하는 '너'를 떠날 수 없다고 말하는데요. 왜냐하면 유일하게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는, 그만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양가적인 사랑을 가사에서 반복되는 제목의 문장으로 대변되는 것 같아요. Break heart right 표현은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데, 마음을 부서지게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바로 잡아준다는 의미로도 쓰일 수 있거든요. 저는 화해하지 못하지만 외면할 수도 없는 저 자신과의 관계를 대입하게 되네요.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저도 참 좋아하는 곡.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힘겨운 삶에서 도망쳐나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러니까 '도망가자'라는 가수의 목소리가 탈출을 이끄는 곡이랄까요. 그 말 한마디만으로 조금의 위안을 받을 수 있었고요. 그런데 뮤직비디오를 보고나서는 살짝 느낌이 바뀌었어요. 뮤직비디오에는 황망한 시선의 엄마가 나오는데요, 어둡고 고요한 풍경에 놓인 그녀를 보며 노래를 들으니 힘겨운 이의 손을 잡고 '도망가자'라고 말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내가 위안을 받는 곡'에서 '너에게 위안을 주는 곡'이라는 느낌의 변화. 그러고보면 음악은 그 자체보다 그 곡과 연결된 기억에 따라 다른 파동의 감정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음악은 참 신비합니다. 어떤 감각들보다 즉각적으로 감정의 모드를 전환해주잖아요. 음악이 시작되면 삭막한 풍경에 색깔이 입혀지고, 단단하게 굳어있던 마음도 슬며시 물렁해지죠. 멜로디와 리듬, 간혹 가사까지 - 저는 음악이 내 바깥의 외부 세계와의 접촉면을 넓혀주는 기능을 하는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고 세계의 여러 감각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흡수하게끔 도와준달까요? 우울했던 기분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악을 들으며 한층 부드러워진 오늘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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