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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May 25. 2017

1.도착하였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바르샤바까지 - 1번의 경유, 11시간 반의 비행 




 인천공항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는 1시간 넘게 지연됐다. 8시가 넘은 베이징은 이미 어둠 속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스루체크인(Through Check-In)으로 수속했기 때문에, 경유지인 베이징공항에서 수화물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중국의 꼼꼼한 입국심사와 보안검사를 마치고 미리 신청한 에어차이나 라운지로 곧장 갔다. 

 

 라운지에는 몸을 뉘일 수 있는 소파가 있었고, 나는 운좋게 가장 안쪽 자리를 차지 했다. 샘플로 챙겨온 세안용품과 로션으로 세수를 하고 소파에 누웠다. 검은 인조가죽 소파는 몸을 뒤척일 때마다 끈적한 소리가 났다. 알람에 맞춰 일어났지만, 새벽 2시 55분 출발하는 일정이 4시 25분으로 연기되어 있었다. 다시 누워도 잠은 쉬이 오지 않았다. 소파 위에 누워있던 7시간 중 넉넉하게 계산해봐야 겨우 2시간 동안 눈을 붙인 것 같았다. 


 보딩 시간이 되자 라운지에 있던 주스 한 팩을 쥐고 느릿느릿 게이트로 걸어갔다. 베이징에서 9시간 30분을 날아가면 바르샤바였다. 예상과는 달리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었다.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중국 승객의 난동과 소음이 끊이질 않아 졸다 깨기를 반복했다. 착륙이 가까워지면서 승무원들의 분주함에 나도 눈을 떴다. 누군가가 창문 덮개를 신경질적으로 올렸다. 컴컴하던 기내에 기습적으로 밝은 빛이 쏟아졌다. 


 아, 아침이구나, 했다. 정말 시작되는 거로구나, 중얼거렸다.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Warsaw FredericChopin Airport)에는 예정보다 90분이 늦어진 오전 8시에 도착했다. 기차를 타자 중앙역에는 30분 내로 금방 도착했다. 출근 시간대라서인지 역내에는 빠른 걸음의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오고 또 어딘가로 흩어지고 있었다. 역 출구를 나가 만난 바르샤바는 회색빛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캐리어 안에 우산이 있었지만 거리에서 짐을 풀진 않았다. 스카프를 머리에 칭칭 두르고 걷기 시작했다. 왼손으로는캐리어를 끌고 오른손으로는 구글맵을 킨 핸드폰을 들었다. 액정에 빗물이 떨어지면 외투 안 겹으로 닦아냈다. 


 바르샤바는 꽤 추웠다. 비가 거세지 않았지만 방금 도착한 여행자를 움츠리게 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중앙역에서 멀지않은 호스텔에 먼저 들러 캐리어를 맡겼다. 6인 침실을 예약했는데 침대를 배정받기에도 너무 이른 시각이었다. 캐리어에서 얇은 점퍼와 우산을 꺼내 들고 나왔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설쳐 피곤할 법도 한데, 찬바람 속에 걸음을 내딛을 수록 정신이 또렷해졌다. 낯선 세계로 걸어간다는 긴장과 흥분이 나를 깨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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