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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May 27. 2017

4. 도시를 함께 걷는 고마운 동행

폴란드 바르샤바

 FREE WALKING TOUR


 바르샤바는 한국 관광객에게는 아직 친근하지 않은 도시다. 여행 후기가 많지 않을 뿐더러, 다녀온 이들도 바르샤바를 크라코프에 가기 전 짧게 들리는 도시 정도로 이야기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재건된 도시이기 때문에 유럽의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정취를 기대하는 여행자에겐 실망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나에겐 그 점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근현대의 폴란드를 만날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의 검색결과에 실망하고 구글에서 바르샤바에 대한 여행정보를 찾는 와중에 폴란드의 Free Walking Tour를 발견했다. 


 Free Walking Tour는 말 그대로 가이드와 함께 도시를 돌면서 무료로 도시에 대해 알아갈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영어로 진행되며, 종종 제2외국어(스페인, 불어 정도) 투어를 별도로 진행하는 도시도 있다. 짧게는 1시간 30분, 길게는 3시간까지도 진행된다. 규칙적인 일정으로 운영되는데, 일반적인 수요에 맞춰 일일 3차례 진행되는 투어가 있는 반면, 일주일에 한번 진행되는 투어도 있다. 단 한 명의 참가자가 모여도 시작하고, 참가자가 투어 적정 인원인 30~40명이 넘을 경우 다수의 가이드가 인원을 분배해 투어를 맡는다. 



*내가 참가했던 바르샤바의 투어 프로그램. 나는 도시 입문 격에 해당하는 'Historic centre-old town'과 'Warsaw at War' 를 들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모든 테마를 듣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테마 구성에 투어의 질도 훌륭했다. 위 표에서 투어가 시작하는 장소(Meeting Point)와 일정 정보를 알 수 있다. 




 Free Walking Tour는 내게 낯선 것은 아니다. 2013년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헝가리의 도시에서 참여했다. 당시 그 국가들은 한국에서 대중적인 관광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 게 어려웠다. Free Walking Tour는 가난한 배낭여행자였던 내가 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도시의 역사와 정보를 알게 해주었으며, 편협하거나 빈약한 여행이 되지 않도록 도왔다. 새로운 친구, 신기한 인연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Free Walking Tour가 계속될 수 있는 이유


 Free Walking Tour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처음 시작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유럽 등지에 자발적으로 퍼지면서 이제는 미주나 아시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너명의 자원봉사자로 시작된 투어는 입소문을 타며 몸집이 불어나 대부분은 공식적인 조직위나 벤처회사로 성장하기도 한단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금, 제3의 투자금을 받거나 유료 투어 프로그램 같은 수익구조를 만들면서 지속된다. 그러나 가장 크게 의지하는 수익은 바로 투어가 끝난 후 참가자들이 내는 ‘기부금’이다.


 모든 가이드가 투어 초반 그리고 말미에 기부금에 대해 언급한다. 그러나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투어에서 느낀 각자의 감흥에 따라 개인의 형편에 맞게 준다면 감사히 받겠다고 말할 뿐이다. 투어가 끝날 때 대부분의 참여자는 감사를 표하며 기부금을 낸다. 나 또한 그래왔다. 돈을 주는 여행자도 돈을 받는 가이드도 이를 개인적인 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Free Walking Tour의 지속과 발전을 위한 후원금으로 여길 뿐이다. 이 투어가 계속될 수 있는 건, 평범한 사람들의 선의와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가이드는 모두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바르샤바의 Old town 투어의 가이드는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시간제 강사였고, 크라코프의 Jewish 투어 가이드는 인권 변호사였다. 다른 투어, 다른 도시에서 만난 가이드 모두 그랬다. 가이드는 전업으로 삼을 만큼 넉넉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도시가 여행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지고 들려지기를 원했다. 그들이 그들의 도시를 사랑하기 때문도 있지만, 여행자와 여행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큰 동기로 작용하는 것 같다. 여행 패키지나 비싼 에이전시의 가이드 없이도 개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도시의 역사와 현재의 삶을 알 수 있도록 봉사하고 있으니까.

 

 평범한 사람들의 어여쁜 마음과 자발적인 행동. 그리고 보다 독립적이고 지혜롭게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의가 있는 한, Free Walking Tour는 앞으로도 쭉 이어지리라. 



폴란드에서는 노란 우산의 가이드를!


 Free Walking Tour가 인기를 몰면서 여러 업체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도시 안에서도 다수의 업체들이 저마다의 Free Walking Tour를 운영한다. 그러나 그중에는 가이드의 자질이 부족해 실망스러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어 참가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곳도 있다. 적어도 폴란드에서 내가 들었던 투어는 만족스러웠다. 한 도시 안에서도 다양한 테마로 투어를 세분화해 운영하고, 가이드 모두가 노련하며 열정적이다. 다양한 식당, 카페 등과 제휴를 맺어 투어가 끝나고 나누어주는 맵은 할인 쿠폰처럼 쓸 수 있다. 


구시가 Meating Point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란 우산의 가이드!





*홈페이지: https://freewalkingtour.com/warsaw/

                                      

*트립어드바이저: https://goo.gl/r31XeL

 *투어 참가자의 감격스런(?) 후기를 확인할 수 있어요. 

  가이드들은 이 곳에 남기는 평점과 짧은 후기 한줄이 기부금만큼 든든한 힘이 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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