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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May 25. 2017

2.슬픈 상징과 함께 산다는 것

폴란드 바르샤바

스탈린의 주사기, 문화과학궁전







 바르샤바 중앙역 뒤로 우뚝 서 있는 문화과학궁전 Palace of Culture and Science.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소비에트지배 하에 있던 1950년대에 지어졌다. 원래는 The Joseph Stalin Palace of Culture and Science 이란 명칭이었지만, 소비에트 연맹이 해체되고 폴란드의 사회주의도 끝이 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건물 이곳 저곳에 새겨져 있던 Stalin의 이름이나 상징도 모두 지웠다고 한다. 현재는 여러 글로벌 기업의 사무실과 영화관, 공연장등이 입점하여 복합건물로 활용되고 있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동구국가이면서 종전 후 망가진 국가를 열성적으로 재건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련에게는 자랑스러운 대상이었을 것이다. 소련은 모스크바 등지에서 활발히 도시 재건사업을 진행했던 건축가 Lev Rudnev 로 하여금, 스탈린주의를 상징할 수 있는 건축물을 바르샤바에 디자인하도록 했다. 3년 동안 소련과 폴란드 일꾼 거진 만 명이 동원되어 완성된 이곳은 높이가 237M에 이른다. 폴란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며, EU국가에서는 여덟 번째로 높은 건물에 속한다. 


 역사적인 사실 때문 일까. 도시 어디를 가든 이 빌딩의 시선에서 피할 수 없다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대부분의 폴란드 사람들은 이 건물을 싫어한다. 건물의 상징성이 한가지 이유이다. 이 건물의 당당한 풍채는 그들에게 지우고 싶은 한 시절을 상기시킨다. 스탈린의 주사기라고 붙인 별칭이 있을 만 하다. 건축의 문맥을 차치하고서라도 도시 전체의 풍광을 해친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다행히 지금은 주변에 뒤따라 들어선 높은 빌딩들로 그 기괴함이 덜해졌지만.








                                                                                                                                유령처럼 담긴다, 이렇게.





가슴 아픈 시절의 상징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건그렇게 끔찍하기만 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쉽게 잊어버리는 인간의 기억을 붙잡아 놓기 때문이다. 그 흔적이 도돌이표처럼, 현재의 사람들을 과거로 돌려보낼 것이다. 처음에는 분노가 치밀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반성이 되고 다짐이 될 테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 이들은 그 과오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조지 산타야나 철학자가 남긴 이말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새겨져 있다.) 어쩌면 스탈린의 주사는 폴란드를 잠재우기보다 늘 깨어있게 하기위해 놓아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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