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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Jul 17. 2017

13. 700년된 쇼핑몰, Sukiennice

폴란드 크라쿠프

 크라쿠프의 구시가는 1978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바르샤바가 2차 세계대전으로 완전히 파괴된 반면, 크라쿠프는 전쟁의 물리적인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르네상스 전까지 크라쿠프는 유럽에서 가장 번창한 무역 도시였다. 아랍, 중앙아시아의 무역상과 유럽의 상인이 만날 수있는 최적의 위치였다. 다양한 나라의 상인들이 이국적인 상품을 사고 팔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16세기 바르샤바로 수도가 천도되고, 타국의 침략이 계속되면서 크라쿠프는 과거의 영광을 잃게 되었다. 오스트리아 제국에 의해 분할통치 되었던 19세기, 불행 중 다행으로 도시 재건 프로젝트가 시행되면서 크라쿠프는 중세 시대의 모습이 그나마 온전하게 남을 수 있었다.


구시가 광장 정중앙의 아름다운 Sukiennice 건물. 상아색 외관때문인지 맑은 날에 더 빛나는 듯 하다. (출처: Wikipedia)


 구시가 중앙에는 Main Market Square가 있다. 이 사각형의 광장은 잘 보존된, 유럽에서 가장 큰 중세 시대 광장이다. 그리고 광장 정중앙에는 Cloth Hall(Sukiennice)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13세기 중반, 교역의 장(場)으로 세워진 이 건물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상가 건물이기도 하다. 교역량이 늘면서 건물을 증축하고, 화재로 소실된 부분을 복구하는 등 여러 시대의 보수 흔적이 남아 있다. 2000년대 대대적인 내부 공사를 통해 현재의 쾌적한 상태가 갖춰지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700년 된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중세시대 크라쿠프의 시장 관리는 엄격하면서 철저했다고 한다. 크라쿠프로 들어오는 상인들은 일정 분량을 초과하는 물품을 들여올 수 없었으며, 또 가져온 물량을 다 팔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었다. 크라쿠프 왕국은 도시의 통행료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수수료 수입, 상인들이 머물면서 쓰는 숙박료와 경비 등으로 도시 전체가 부유해졌다. 하지만 든든한 수입원은 따로 있었다. 크라쿠프 인근의 비엘리츠카 광산(Wieliczka Salt Mine)에서 생산되었던 소금이 그것이다. 당시 비엘리츠카의 소금은 유럽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소금으로 인정받았고, 이 소금을 구하기 위한 상인들로 크라쿠프가 북적였다. 소금 매매는 당시 크라쿠프 왕국 수입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이 되었다.  


시장 입구 벽면에 걸려있는 칼. 눈에 띄지 않아 놓치기 쉽다. (출처: fromtourist2local 사이트)


 시장 건물 입구에는 칼이 매달려 있다. 사뭇 섬뜩하다. 상가뿐 아니라 도시내 위법 행위를 엄벌하겠다는 경고의 의미라고 한다. (11. 알고도 속아줘요, St. Mary 성당 (1) 편의 전설, 형이 동생을 살해할 때 쓴 칼이라는 설도 있다) 건물 안 천장에는 폴란드 도시들의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다.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수공예품, 폴란드 그릇, 실크 스카프 등 다양한 상품을 파는 상점들로 상가 안은 환하다. 관광객을 타겟으로 한 시장이라고 바가지를 쓸거란 노파심은 금물. 폴란드의 어느 상점보다 양심적인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여행기념품을 사기엔 안성맞춤이다. 평범한 기념품이라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몰에서 샀다는 수식은 얼마나 근사한가!

  



Sukinnice Gallery 내부 (출처: mnk)
Rynek Underground 전시공간 내부 (출처: podziemiarynku)

 오늘날의 Cloth hall은 단순히 시장으로의 역할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Cloth hall 2층은 폴란드 국립 미술관의 갤러리로 개조되었다. 크라쿠프는 중앙 미술관 외에 시내 곳곳에 소규모 갤러리에서 상이한 컬렉션을 열고 있는데, Cloth hall의 갤러리에서는 19세기 폴란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지하에서는 Rynek Underground Permanent Exhibition이 열리고 있다. Cloth hall의 보수 공사 중, 땅 밑에서 중세시대의 유물들이 무수히 발굴되었다. 크라쿠프 중세의 흔적은 곧 유럽의 중세시대를 대표할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크다. 그래서 유물들이 발굴된 지하 공간에 그 역사를 훑을 수 있도록 전시를 오픈한 것이다.  

 

▶Sukinnice Gallery 홈페이지



▶Rynek Underground Permanent Exhibition 홈페이지




 굳이 전시를 보지 않아도 Cloth hall에서의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다. Café Szat은 2층 미술 갤러리의 카페로, 2층 테라스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광장에 넓게 펼쳐진 야외석은 Café Noworolski 의 테이블로 음료나 식사 모두 가능하다. 어디든 앉아 St. Mary 성당의 위엄있는 모습을 바라보거나 사람들이 북적이는 플리마켓을 들여다보아도 좋다. 광장을 바삐 오가는 사람들과 그들 사이로 한가로이 거니는 마차를 보면 크라쿠프 구시가의 중심을 제대로 느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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