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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Mar 31. 2017

3월-과거에의 편지

노트를 찾아 책장에 손을 댄 김에 책까지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책장은 이사올 때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고, 새로 산 책들도 빈자리에 마구잡이로 꽂아왔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책은 가지런히 꽂혀있을지언정,책장의 질서는 엉망이었던 거죠. 


나는 시집, 국내소설, 해외소설, 에세이, 철학서, 실용서 등의 분류로 책장을 구분하고 책들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더는 읽지 않을 책은 기증할 목적으로 따로 빼어놓았고요. 그렇게 책을 빼고 꼽는 와중에 반으로 접힌 노트 한 페이지가 떨어져 나왔습니다. 


발등 위로 떨어진 종이를 집어들어 펼쳐보았습니다. 그것은 오래된 편지 한 통이었습니다. 수신인이 있었지만 전하지 못했던. 발신인이 그 자신의 위안을 위해 써야 했던 편지. 나는 귀퉁이가 누렇게 변색된 그 편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가 나를 어느 혹독한 봄으로 데려가도록 놔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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