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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춘천마라톤 10k 레이스 후기

by 잡념주자

- 대회 후 거나하게 이어진 낮술 때문인지 몸이 잘 돌아오지 않는 느낌이 한동안 이어졌다. 고관절에도 약하게 통증이 있었고 허벅지와 종아리가 뭉쳐있는 게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아킬레스건에 수상한 통증이 계속 느껴졌다. 간단한 조깅 후에도 발목에서 소리가 나고 발을 디딜 때 뒤꿈치와 아킬레스건이 연결되는 부위에 찌릿한 느낌이 있어 결국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다.


- 결승점에 들어와 기념품을 수령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동네 축제와 같은 모습이다. 사실, 같은 기호를 공유한 사람들이 만 명 넘게 모여있으니 즐기는 분위기가 당연히 만들어졌을 터. 그 흥겨움때문인지, 그래도 해냈다는 성취감 때문인지 일주일은 들뜬 기분이 계속됐다. 아내도 그런 기분이었는지 함께 유튜브에서 올해 춘천마라톤 영상을 찾아보며 '꿈꾸는 것 같다'는 넋두리를 계속 나눴다.


- 대기하며 사람들이 신은 신발들을 구경하며 잠잠하던 소비욕이 자극된 모양인지 자주 가던 온라인 러닝샵 장바구니를 채웠다, 비웠다를 한동안 반복했다. 아니, 하고 있다.


- 이 정도면 풀코스도 기록 인정되는 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자신감은 달렸던 코스를 곰곰이 복기하며 곧 사라졌다. 심장이 터질 만큼, 발목이 저릴 만큼 뛰어야 겨우 1킬로미터당 5분대로 뛸 수 있는데 언제 거리를 늘이고 속도를 높이려나, 고민을 하던 차에 아내가 10k 대회를 하나 더 신청했다. 일단은 즐겁게 뛰고 보자.


- 서른 넘어가며 해가 바뀔 때 올해는 뭘 해봐야겠다, 생각하는 일이 점점 줄었는데 달리기를 시작하며 그게 생긴다. 다만 차곡차곡 쌓는 느낌이랄까. 지난달에는 얼마나 뛰었으니 이달에는 이만큼 뛰어야지, 그리고 다음 달에는 조금 더, 더. 비록 단축마라톤이지만 그래도 큰 대회를 한번 달리고 나니 조금 더 긴 목표가 생긴 느낌이다. 언젠가는 꼭 풀코스를 달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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