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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훈 Sep 29. 2022

불안의 시대 - 1

<하이랜드> - 신들이 부화하고 있소!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공간과 공간 사이에 귀퉁이가 있다.


글자가 없는 곳에 여백이 있다.




오늘 이 곳에는 신화가 살아 숨 쉰다. 애벌레들이 껍질을 까고 부화하듯이, 모든 이야기들은 탄생한다. 애벌레들은 신화를 뒷받침해주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지구에서는 몸을 입고 살아왔으나, 사후 세계에서는 유령처럼 살아간다.




첫 번째 껍질을 까고 태어난 인물은 단군 할아버지이다. 압록강 주변에서 고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서성이다 드디어 이 곳에 도착한 것이다. 그의 나이는 900살 정도였다. 사후세계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다. 그 곳엔 질소와 수소의 비율이 지구환경보다 더 높다.




“아아아 암”,




단군 할아버지가 사후세계에 태어나자마자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단군 할아버지에게는 풀과 나무가 친숙하다. 압록강 주변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이 때, 두 번째 부화가 일어났는데, 북유럽 쪽의 오딘이었다. 한쪽 눈이 애꾸눈인 것은 지구에서 살았던 것과 똑같았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아들, 토르를 찾기 시작했다. 토르의 망치가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흰 수염을 단 채, 아래에 지구를 쳐다보았다. 지구의 모습은 아직까지는 평화로워 보였다.




지구는 이제 한창 마지막 전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류의 마지막 전쟁이었다. 이때에 세상의 시초였던 조상들은 사후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에서 여자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유령 같은 애벌레들이 우는 소리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여자가 껍질을 벗고 나왔다. 그녀는 자기가 과테말라에서 살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롤로나’의 시초였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녀는 과테말라 정부의 독재로 인해 처참히 살해됐던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냈다.




단군 할아버지와 오딘은 여인의 한 맺힌 이야기를 귀 기울이며, 공감했다. 여인은 이제 내가 사후세계에 왔으니 평화롭게 살 수 있음에 감사했다.




다른 유령 애벌레가 부화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마호메트의 등장이었다. 마호메트는 제사장 의복을 입고 등장했는데, 의복에는 칼리파를 상징하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그가 이슬람을 창시한 이후에 수많은 전쟁과 갈등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호메트는 그 사실에 슬펐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한 번도 전쟁을 위해서 나의 종교를 만든적이 없었소. 그런데 저 아래의 지구를 보면 나의 종교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소. 원리주의에 빠진 신도들은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고 있소. 이것을 어찌하면 좋겠소.”




마호메트는 슬피 고백했다.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여. 그대는 슬퍼하지 마시오. 모든 일은 항상 시작은 밝고 좋으나, 끝은 어둡게 끝나는 법이지 않소. 그리 슬퍼하지 마시오.”




오딘은 덤덤하게 마호메트를 위로했다.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지요. 내가 고조선을 세웠지만, 그 땅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른 나라들이 세워졌던 것처럼 말이지요. 이제 세상의 시초였던 우리가 사후세계에 이렇게 모였다는 것은 지구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소? 우리는 인류에게 이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게 좋겠소.”




단군 할아버지는 새로운 주제로 화제를 전환했다.




“내가 이제 계시를 써 내려 가겠소. 이것은 마지막 계시가 될 것이오. 지구에 세워졌던 모든 것들이 이제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오. 내가 계시를 내리면 모든 것들이 끝이오! 음 하하하!”




오딘은 아직도 자신이 신 이라도 된 것처럼 꽤나 거만하게 말했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위엄 있는 자태를 뽐내면서 말을 이어갔다.




“계시의 무서움! 끝 날이 오리라! 하늘 군대들이 마차 타고 지구를 파괴할 것이오. 인간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계시의 잔인함! 아마 그 계시의 날에 그대들도 무서워 벌벌 떨게 될 것이오.”




이 때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가 오딘의 말에 반박했다.




“북유럽의 황제, 오딘이여. 그대의 말은 알겠으나, 계시의 역사가 폭로되고, 시작되기 위해서는 ‘두루마리’가 필요하지 않소. 그 두루마리를 펼칠 수 있는 열쇠는 우리에게 아직 없소. 이 권세의 열쇠는 목수인 이스라엘 사람이 필요하오. 그런데 아직 그가 없는 걸 보니, 그는 아직 지구에서 죽지 않고 살고 있나보오.”




마호메트는 의아한 말투를 남긴 채, 지구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이 때, 과테말라 우는 여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저기 보세요. 당신이 말한 이스라엘 사람이 저 사람 아니에요? 지금 십자가 처형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아주 고통스러워 보여요.”




“저 사람이 맞는 것 같소. 동족사람들에게 배반당하여 저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다니. 인류 역사의 모순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오. 우리 좀 더 자세하게 봅시다!”




마호메트는 역사의 한 장면을 끝까지 시청하고 싶어 했다.




“으.....윽, 이건 너무 잔인하지 않소. 사람을 어떻게 저렇게 죽일 수 있단 말이오.”




오딘은 처참한 십자가 처형 모습을 보며 헛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 이스라엘 목수의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장면이었다.




그는 이렇게 외쳤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의 마지막 유언은 천둥번개와 함께 동반되었고, 휘장이 찢어지는 장엄한 연출이 탄생했다.




“그가 목숨을 거두었나 보오. 이제 곧 그를 이 곳에서 볼 수 있을 것이오.”




마호메트는 정체모를 동질감에 눈물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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