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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훈 Oct 13. 2022

불안의 시대 - 3

<종말에 관한 기록> - 고백

시작과 끝은 달랐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신들에게




수많은 영화들이 뇌리에서 지나갑니다.




아주 무책임한 것이죠.




<킬 빌>이 지나가고




<트로이>가 지나갑니다.




기득권에 대한 저항이었죠.




바빌탑이 무너지기를 바랬지만, 아직도 저기에 서있죠.




악마는 끊임없이 나를 묶어놓습니다.




그리고 형식을 빌어서 자유를 구속하죠.




이 세상은 형식을 논의합니다.




빅뱅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리고 지구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형식은 우리의 마음을 바꿀 수 없습니다. 종말이란 것도 그렇게 다가오겠죠.


그러니까 가장 감동스러운 것에 촉감이 가닿고, 가장 보고 싶은 것에 우리의 얼굴을 비비죠.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우리의 마음에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헛수고입니다.




나는 한강 작가의 책을 읽고 울었습니다.




신들도 그걸 알고 있을까요?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책을 읽습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을 때,


그 우주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은


가장 오묘하면서도 가장 훈장 같은 것이었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함


난 그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 살아갑니다.




아마 진정한 기쁨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즐거울 수 있는 어떤 것일 것입니다.




가장 음침한 곳에 들어가 블랙홀을 발견하고,


언젠가 그 블랙홀이 우리가 사는 땅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사라지겠죠.


시간이라는 입자도 모두 사라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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