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
< きたのたけし; 폭력 미학. 순수. 거장 >
솔직히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는 이때껏 하나밖에 보지 못했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이라는 사실도 처음 영화를 보고 나서 알게 되었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에 그는 코미디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삶과 죽음에 대해서 항상 유쾌하게 묘사하는 것 같다. 그의 영화는 하나밖에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글을 남기고 싶어 하는 걸 보면 적잖이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 아마 아주 어렸을 때 「배틀 로얄」을 본 적이 있으니 꼭 하나만 봤다고 하는 건 틀린 말이다 – 어렸을 적에는 「배틀 로얄」 같은 영화가 잔인하기만 한 삼류 영화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영화가 그렇게 예술성을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아마 그럴 거다. 어릴 적에 봐서 더 이상 영화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서 그의 영화를 보니 말문이 턱 막힐 정도로 신선했다. 「소나티네」라는 영화였는데 제목만 봐서는 어떤 음악적인 내용이 있겠구나 싶었다. 어쨌든 제목이 너무 세련됐다. 아주 오래된 영화치곤 빨간 바탕의 포스터가 내 눈을 확 사로잡았다.
폭력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총으로 사람을 쏘고 칼로 난도질하는 데에 어떤 미학이 따라붙겠냐 만은 기타노 다케시는 그걸 놀랍도록 제대로 해낸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진 거 같은 허무함이 있다. 「소나티네」의 마지막 씬은 정말 점입가경이다. 주인공으로 나온 기타노 다케시는 영화에서 정말 상남자이다. 약간 비 대칭한 얼굴 근육. 듣기론 한쪽 안면 근육이 마비됐다고 한다. 그의 연기엔 웃어도 웃는 거 같지 않는 슬픔이 있다. 살상하는 장면을 보고 있는데 관객인 내가 이토록 희열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마치 저승사자 같다. 만약 내가 신처럼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 절대적인 자리에 있다면 폭력도 하나의 미학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인간이 자기가 기르던 가축을 무자비하게 잡는 것처럼. 평소에 「자토이치」나 「하나비」 같은 영화 얘기를 잠깐 들은 적이 있지만 보지 못하고 넘겼다. 그런데 이 영화들이 더 보고 싶어 진다. 모두 다 다케시의 정신세계를 닮아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더 그렇다. 아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짐을 털털 털어내고 싶을 때 언제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