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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

< Robert Pattinson ; 남성미. 둔탁함. 내공력 >

by 심재훈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에 이렇게 센세이션 한 배우가 있을까? 한 번 스타덤에 오른 수많은 배우들이 술과 마약, 그리고 향락에 빠져 몰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창백한 뱀파이어 얼굴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눈이 맞았을 때 얼마나 많은 미성년 팬들이 소리 질렀는가. 히피 같이 약간 헝클어진 금발과 둔탁한 턱선. 수많은 소녀들이 거기에 넘어갔다. 장담컨대 그는 앞으로 할리우드에서도 엄청난 조명을 받을 것 같다. 그는 왠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친 룩의 정석 같다. 청바지에 검고 후줄근한 후드 티 하나 걸쳤는데 뭇 소녀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 같은. 로버트 패틴슨 하면 딱 그런 영(young) 한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


한때 내 머릿속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나돌아 다녔다.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여성성. 그래서 가끔씩 나도 영화 속 뱀파이어로 빙의하여 그 풋풋한 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싶었다.


로버트 패틴슨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 같다. 자기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시험이라도 해보듯이. 그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에 꽤 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이미 어느 정도 스타덤에 오른 배우에게는 약간 의아해 보이는 결정이다. 그러나 그런 시간을 통해 엄청난 연기 내공을 쌓은 느낌이다. 「굿타임」이라는 영화에서는 …, 정말 보는 내내 하드캐리 하는 최고의 연기였다. 또 다른 독립영화, 「라이트 하우스」에서는 윌리엄 대포와 호흡을 맞췄는데 꽤 실험적인 연기였다. 이 영화를 보다가 「셔터 아일랜드」에서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문득 떠올랐다. 거기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도 거의 동급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는 이제 라이징 스타라는 이름표를 떼고 정말 거물급 배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덤으로 그의 칼칼한 하이톤의 목소리는 독보적이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서 사기꾼 목사 캐릭터의 악마성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목소리가 있을까 싶었다. 「테넷」에서의 ‘닐’(로버트 패틴슨)은 뒤에서 묵묵히 존재하는, 그런 원숙한 연기였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끝나고 나서 더 정감이 갔던 캐릭터는 주인공이었던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아닌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묵묵히 기다렸던 ‘닐’이었다. 그의 연기는 정말 멋졌다!


어쨌든 남자 배우 중에 손에 꼽으라면 로버트 패틴슨은 빠지지 않고 꼭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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