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 베일
< Christian Bale ; 메소드. 선과 악. 페르소나 >
브래드 피트가 나의 레전드가 된다면 크리스찬 베일은 나의 최애 배우이다. 아마 국내에선 이병헌, 나라 밖으론 크리스찬 베일 아닐까. 나는 그를 사랑한다. ‘내가 배우가 될 상인가’라고 물으시다면 나는 단연 크리스찬 베일을 먼저 말할 거 같다. <태양의 제국>(1989)에서 그의 귀여움에 녹아들고 말았다. 벌써 그 어린 시절부터 전쟁의 피폐함을 진짜 느끼고 살결에 전달하는 것 같다.
그의 페르소나는 워낙 특별해서 진작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뭔가 일심동체를 이룬 기분이다. 그의 얼굴이 곧 내 얼굴인 것 같은 동질감이 그것이다. 이 특별한 효과를 뭐라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이런 마법을 직접 느낀 건 크리스찬 베일과 이병헌뿐이다. 알 파치노도 비슷한 후광을 내비치지만 약간 그 성격이 다르다. 상남자와 메소드 연기가 적절하게 섞여 크리스찬 베일만의 고유함을 뿜어낸다.
<이퀼리브리엄>(2003)는 미래 디스토피아 영화의 시초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올더리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가 떠오른다. 또는 조지 오웰의 <1984>가 연상된다. 감정을 잃은 인간에 대해선 벌써 수없이 영화화되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빅 브라더나 세계 정부의 정체를 밝히는 일. 정의와 부조리, 선과 악, 사이에서 번민하며 새로운 해답을 찾아가는 캐릭터. 크리스찬 베일보다 이런 캐릭터를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그는 천사가 되기도 하고 악마가 되기도 한다.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결벽증 살인마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세월이 지나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베트맨이 되어 고담 시티를 수호한다. 그리고 뚱보가 되기도 하고 삐쩍 마른 병자가 되기도 한다. <바이스>에서 뚱보 부통령 딕 체니. 그리고 <머니시스트>. 그는 진짜 살을 찌우고 뺀다. 이만큼 아날로그 시대에 사는 배우가 있다는 게 행복하다. 그만큼 현실적인 연기를 볼 수 있으니까. 내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다.
얼마 전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 악당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주 기쁜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