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버필드 시리즈 ; 세계관. 이미지. 권력 >
긴 말 하지 않겠다. 난 솔직히 그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 난 정말 관심 있는 사람만 찾아본다. 그리고 좋아하는 영화에만 관심을 갖는다. 다른 것에 시간을 할애할 여유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기에도 바쁜 인생이다. 그래서 J.J. 에이브럼스에 대해서 간략히 써보고자 한다. - 아까도 말했지만 난 그에 대해서 쥐뿔도 알지 못한다. 그가 가진 세계관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적을 뿐이다. - 그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거기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옛날부터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긴 했지만 기억이 그리 선명하게 남아 있지 않다. 음... 지금 돌아보면 그 영화가 그렇게 재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재밌게 본 영화들은 마음에 무언가를 남긴다. 그 무언가가 정확히 뭔지는 … 나도 잘 모르겠다. 감동? 여운? 아마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미지 같은 것이다.
나는 「쥬라기 공원」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을 아직도 기억한다. 특히 티렉스의 이미지. 실제 티렉스의 모습이 어떠하든지 내 머릿속에 있는 티렉스의 이미지는 이미 영화를 통해 정립됐다. 그 이미지는 평생 바뀌지 않는 무언가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내 인생에 작고 큰 영향력을 끼친다. 이래서 난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 하나 때문에 내 세계관 전체가 한 번에 바뀌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J.J. 에이브럼스가 제작한 영화들은 많이 안 봤다. 클로버필드 시리즈만 해도 난 단지 첫 편을 보았을 뿐이다. 두 번째 시리즈 「클로버필도 10번지」, 세 번째 시리즈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번외 편이라고 하는 「오버로드」까지. 까놓고 말하겠다. 난 다 안 봤다. 단지 첫 편만 봤다. - 트레일러와 블로그를 통해 영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지만 – 난 영화평론가 아니다. 그러니 시중에 나와 있는 영화들을 다 볼 필요는 없다. 그런 의무도 없다. 그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들을 보면 된다. 솔직히 얘기하면 두 번째 시리즈 「클로버필도 10번지」는 재밌는 축에 속한다고 해도 그다음부턴 음 …, 솔직히 미지수다. 트레일러와 영화평을 보니 재밌는 영화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 물론 이것도 개인적인 직감이다. 난 영화를 선택할 때 포스터를 보고 결정할 때가 많다. 아니면 감독과 제작자를 살펴본다. 포스터가 내 스타일이 아니면 안 보는 편이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가 그렇게 재밌지 않을 때가 꽤 많다. 물론 내 직감이 다 맞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난 내 직감에 꽤 자부심이 있는 편이다. - 나는 「클로버필드」 시리즈의 첫 편만 봤다.
흠 …, 그런데 이 영화, 심상치 않았다. 적어도 내 느낌에는 그랬다. 보통의 세계관 가지고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다. - 영화를 보는 것과 직접 만드는 것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창작이란 생각보다 그렇게 쉽지 않다. 하나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그래서 이 영화의 메이킹 과정들을 쭉 찾아보았다. 거기에 대표적으로 J.J. 에이브럼스가 있었던 거다. 시나리오 쪽에선 이미 이름이 알려져 있는 인사였다. 그는 ‘클로버필드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이 시리즈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역시 ‘클로버필드’라는 괴물이었다. 그런데 클로버필드는 영화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막판에 그 모습을 많이 드러내긴 하지만 그마저도 구체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론적으로 클로버필드는 고질라보다 크다고 한다. - 이것도 뇌피셜이니 참고해주길 바란다. - 괴수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처음에 내가 왜 이렇게 이 영화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영화를 꽤 많이 본다는 친구나 지인들과 얘기할 때도 난 가끔씩 이 영화에 대해서 언급했다.
2008년에 개봉했으니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당시만 해도 디스토피아 무비가 아직은 성행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 이것도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영화 팬으로서 느낌을 묘사하는 거다 – 그렇다고 해서 디스토피아적인 내용이 이 영화가 나를 사로잡은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몇 년 동안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가끔씩 일상 중에 이 영화가 생각났지만 그 매력의 이유에 대해선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몇 가지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베일에 가려진 위협이다. 나는 그것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영화에서 클로버필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의 정점은 바로 자유의 여신상 대가리가 거리에 떨어질 때다. 나는 여기서 쇼크를 먹었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영화는 관객들에게 어떤 해답을 제시해주는 게 아니다. 영화가 막을 내려도 계속 마음에 무언가를 남기고 생각나게 만드는 영화. 바로 그런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끊임없이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재난의 원인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나는 긴장을 놓지 않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온갖 상상력을 펼쳐낸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드디어 클로버필드를 마주한 것이다! 엄청난 크기의 괴물. 그 거대한 사이즈에 나는 압도당했다. 클로버필드는 영화 포스터에도, 스틸 사진,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를 봐야만 볼 수 있는 거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빠져든다. 그리고 그 추리의 과정을 재미있다고 느끼는 거다. 이 수렴성! 난 그 매력에 푹 빠진 것이었다. 사실상 그 클로버필드는 영화 속 존재이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클로버필드는 바로 내 머릿속에 있었다. 그냥 그런 느낌이 팍 들었다. 인류가 괴물을 고안해낸다면 아마 저런 괴물을 만들었을 것 같았다. 내 머릿속에 있었던 게 단지 영화라는 스크린에 반사되어 보이는 느낌이다. 모르겠다. 난 도대체 뭘 설명하려고 하는 건지. 하지만 이런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속에 이 영화의 매력이 꾹 담겨 있다고 믿고 싶다.
두 번째는 J.J. 에이브럼스의 세계관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클로버필드는 단지 그의 뇌에서 추출해온 어떤 산물에 불과하다. 난 그렇게 믿고 싶다. 아마 그럴 것이다. 사실 클로버필드 시리즈의 핵심은 클로버필드라는 괴물에 있는 게 아니다. - 내가 이 괴물의 외모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 에이브럼스만의 세계관. 그 음산한 세계관. 그 창조의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나는 그 세계관 자체를 사랑하는 거다. 이 영화는 에이브럼스의 뇌를 해부해서 펼쳐놓은 느낌이다. 그리고 뇌 구석구석을 관찰하면서 재미를 느낀다. 영화라는 건 그저 핑계에 불과하다. 에이브럼스는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놓고 관객들을 거기로 끌어들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엄청난 권력을 가지게 된다. 실로 충격적이지 않은가?
에이브럼스를 “떡밥의 제왕‘이라고 하더라. 그 별명답게 그는 어떤 인터넷 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클로버필드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고 한다. 클로버필드라는 괴물이 일본 해상에서 탄생했으며 직접적인 원인은 레어한 미래자원을 채취하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결정적으로 영상 하나를 온라인상에 뿌렸는데 클로버필드가 수면 위로 올라가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단순한 떡밥에 불과했다. -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믿을만한 정도로 설계했더라.
그래서 지하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클로버필드 10번지」든지, 우주영화처럼 보이는 「클로버필드 패러독스」든지 그 내용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 「오버로드」는 2차 세계대전 나치 좀비와 관련된 것 같다. - 시리즈마다 서로 연관되는 게 전혀 없을지라도 그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건 바로 이것이 에이브럼스의 세계관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저 그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추상과 상징을 통한 2차적인 산물에 불과하다. 모든 시리즈는 모두 똑같은 걸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알던 세계 밖의 이야기.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의 이야기. 인류라는 울타리 바깥의 세계. 우리는 그 세계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반대로 영화 플롯이 아무리 재미없더라도 그밖에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는 우리의 열망이 이런 시리즈들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하고 있지는 않은 걸까, 잠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