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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

by 심재훈

이제껏 봐왔던 공포영화 중에서 가장 무서웠던 걸 꼽으라면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말할 것 같다. 시리즈 첫 편이 나왔을 때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걸 기억한다. 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이 영화는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고 나도 그 참에 집에서 혼자 봤던 기억이 있다. 저예산 영화로 레코드 방식으로 찍었는데 그때는 절대 집에서 혼자 보지 말라는 얘기들이 있었다. 솔직히 얘기하면 이 시리즈는 시퀄이 나올 때마다 전작만큼의 압도적인 연출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내 기억으로도 첫 편이 가장 무서웠다.

이 시리즈는 일종의 심령 영화이다. 보통 사람들은 심령의 정체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는다. 뭐, 이런 것을 너무 생각하는 건 그리 건강하지 않다. 나도 이런 일들이 실제로 모두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악마가 존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컨저링」 시리즈가 가장 무섭다고 말한다. 두 시리즈 모두 다 나름의 매력이 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는 정말 그럴듯하게 만들었다는 장점이 있다. 레코드 방식으로 제삼자의 입장이 되어서 사건을 지켜보니 더 무서울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벌어진다. 폴더 가이스트는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이런 영화 속 사건들은 대부분 집에서 일어난다. 귀신 들린 집(haunted house)은 공포영화에선 이미 단골 소재이다.








현실에선 그 발상을 한번 바꿔보고 싶다. 애초에 집이나 장소가 잘못돼서 사람들이 저주에 빠지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사람이지 않을까. 사람이 먼저 귀신 들리기에 그 집이 영원히 저주받는 건 아닐까. 대부분의 공포 영화들은 외부의 공간이 사람을 잡아먹는 구도로 이끌어간다. 그나마 엑소시스트 영화들이 사람을 중심으로 거기에 기생하는 악마를 그려낸다. 「오펀: 천사의 비밀」(2009)나 최근에 국내에서 개봉한 「변신」(2019)은 사람을 중심으로 서스펜스를 이어간 영화일 것이다. 악마에게도 인간을 부리는 게 생명이 없는 집이나 사물을 다루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이단 종교나 히틀러 주의 같은 게 대표적인 사례이지 않을까. 「파라노말 액티비티」처럼 완력으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일은 세상에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보이지 않는 공포를 생각하고 즐길 뿐이다. 그래도 가끔씩은 무섭다. 문밖으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던지 수도꼭지를 꼭 잠그지 않아 종종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라든지. 그렇게 무서운 생각이 들어 혼자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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