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움. 변종. 카타르시스 >
생각해보니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많이 봤다. 아이러니하게 아직 「올드보이」와 「살인의 추억」을 아직 보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어느새 세계를 대표하는 거장이 되었다. 이 두 감독의 영화들은 이상한 공통점이 있다. 약간 변태적인 성향이 느껴진다고 할까나. 이런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관객인 내가 마치 관음증이나 사디즘 환자처럼 느껴진다. 히치콕의 「이창」(1954)처럼 영화라는 매체를 몰래 들여다보는 것 같다. 스토리텔링이 워낙 독특해서 그런 것일까. 그들은 노말하고 정상적인 것을 쫓기보다는 약간 맛이 간 스토리를 선사한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보고서 참 슬펐다. 그 영화의 잔상이 성인이 된 지금도 내 마음에 남아있다. 마지막에 이병헌의 자살 씬은 내 인생에서 처음 경험했던 것이고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는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진다. 약간의 비현실적인 구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실의 조각들을 재구성해 놓은 하나의 판타지 물 같다. 「친절한 금자씨」는 그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박쥐」에선 뱀파이어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이 이상한 쾌감을 준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저런 자유로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앞뒤로 꽉 막힌 빌딩들과 자동차 경적소리. 우린 언제나 답답함을 이고 살아간다. 사람이 금기를 깨고 산다는 건 일생일대 최고의 행운일 것이다. 아마 난 이 영화에서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 같다.
「아가씨」에서는 그 영화적인 선(線)이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다. 배우들의 의상이나 배경 자체가 다양한 색상과 적절한 구도로 이루어져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아가씨 히데코가 등장하는 서재의 구도는 정말 압권이다. 나는 레즈비언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 섹스 씬이 너무 예뻐서 미화하고 싶을 정도로 황홀했던 것 같다. 카메라 각도가 영화 구도가 장면을 연출하기에 정말 적절했던 것 같다. 이게 바로 박찬욱 감독의 미장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