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계급. 유머 코드 >
나는 「괴물」을 보고 나서 본격적으로 봉준호 감독을 알게 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아 완성된다. 특히 가족이라는 집단만이 갖고 있는 특별함을 영화로 잘 풀어냈다는 느낌을 항상 받는다. 그 특별함엔 사랑과 애정뿐만 아니라 질투와 시기 같은 감정도 있다. 계급 문제를 꺼내 들어 가족과 가족 사이의 관계를 다룬 영화가 바로 「기생충」 아닌가. 봉준호 감독이 바라본 세상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철하다. 계급 문제를 다룬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설국열차」에서도 이런 이슈를 잘 다루고 있다. 열차 칸을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데 보는 내내 너무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동화적인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영화에 선혈이 낭자한 장면들이 꼭 있는 걸 보면 정말 봉준호 감독 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기생충」에서 기우가 머리에 수석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너무 우스꽝스러웠다. 다분히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웃프다고 해야 할까. 봉준호 감독은 자신만의 유머 코드가 있는 것 같다. - 난 개인적으로 그 유머가 너무 재밌다. 장면 자체는 너무 잔인한데 동시에 웃기다. 왜 그런 때가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친구가 그네를 타다가 뒤로 자빠져 바닥에 정통으로 머리를 박았을 때? 친구의 그 고통이 전달돼 안타깝지만 그 모습 자체가 너무 웃겨 자지러지지 않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이 딱 그런 것 같다. 비극이지만 동시에 희극이 되기도 한다. - 난 「기생충」에서 이 부분을 최고의 장면을 꼽고 싶다.
영화 「마더」도 가족을 테마로 삼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솔직히 인간의 광기에 관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김혜자 배우님의 연기는 정말 미친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광기에 물들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옥자」는 동심을 충전하기에 충분한 영화였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꼭 「플란다스의 개」(2000)를 보려고 한다. 배두나 배우가 나와서 영화가 더 재밌을 것 같다. - 배두나의 연기는 항상 어딘가 끌림이 있다. 연기를 잘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묘한 마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