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재훈 Jul 12. 2021

에코와 사강의 연인 - 3

저녁의 설렘

 

 죽으러 가는  아니다. 마릴린 맨슨의 노래를 듣는다.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결국 쓰고자 하는 것과 같다. 어두우면서도 범핑이 있다. 아주 까칠하고 눈이 높은 까마귀 소년이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와는 딴판이다. ‘비너스   들으면서 거리를 걷노라면 신비로운 세계에 갇힌 느낌이다. 이는 핑크 플로이드의 음색과 비슷하지만 약간은 펑키함이 가미되어 있어서 그리 어둡지 않다. 앤디 워홀이 그린 위쪽만 살짝 벗겨진 바나나는 야릇해 보인다.

 이럴 바엔 차라리 라흐마니노프를 듣겠다.  중에서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적당할  같다. 음악이란 하루종일 들어도 지겹지 않은 거다. 아주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그것만 있는  아니다. 마음을 채워주는 거다. 소설을 조금씩 끄적이지만 사실 이건 예술의  부분을 비춰내는 행위에 불과하다. 추상성을 더듬고 촉감으로 각인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빚어낸다. 그러므로 음악이란 사실 ‘라는 존재를 다르게 표현한 도구에 불과하다.

 박효신의 노래는 균형감이 최고이다. 갈수록 성가였던 알레그리 미제레제를 닮아가는  같다. 절정에 치닫는 호소와 꺼질듯 꺼지지 않을 듯한 고상함 같은  문어 먹물처럼 끈적하게 이어진다.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다. 아주 아름다운 것에서 특별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노래는 우리의 마음  나게 한다.

 브론스키는 언젠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를 사랑한다고.   , 사강은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낯선 남자의 고백은 언제나 여자가 가장 힘들다고 느낄 시기에, 어둠의 구렁텅이에 빠져서 삶이 나락으로 추락했을 때에 찾아오는 것이었다. 나는 한동안 브론스키의 고백에 대답하지 않았다. 비극은 춤추고 있었고  그랬듯이 나는 책과 음악의 세계 뒤로 숨어 사랑엔 소극적이었다. 아주 뜨거운 여름 , 나는 브론스키에게 조금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애매모호한 답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하나의 단편 영화를 찍고 싶었다.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기를 원했다. 브론스키와의 관계도 아주 짤막한 영화  편이 되기를 원했다. 한낮 뜨거운 사랑. 한낯 뜨거운 사랑. 한낱 뜨거운 사랑. 도대체 사랑의 정체는 무얼까. 나는 이대로 아주 무료하게 남아있어도 괜찮을 걸까. 그래도 사랑의 격정 같은  경험하고 싶다. 오늘 밤엔 브론스키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마음 추가 바이킹처럼  극단을 헤매는  같다. 조금 혼란스럽다. 이게 설마 설렘일까. 선우정아의 노래를 튜닝한다. <도망가자>. 마음이 가라앉는  같다.

작가의 이전글 에코와 사강의 연인 -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