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일지 9: 얄미움에 대하여

by 선혜

나는 가끔,
아주 본능적으로 어떤 사람을 “얄밉다”고 느낀다.

그건 질투와는 조금 다르고,
미움과도 약간 다르다.

얄밈은 마치
“그 사람은 왜 저렇게 사소한 선을 자꾸 넘지?”
싶은 작은 불쾌함으로 다가온다.
말투 하나, 눈빛 하나,
상황을 자기 중심으로 돌리는 태도 하나에서.

그리고 그런 순간
입에서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온다.
“아, 진짜 얄미워.”

처음엔 그 말이 나에게도 놀랍고,
가끔은 옆사람이 나를 타이르기도 한다.
“왜 그래, 그냥 드라마잖아.”
“그렇게까지 싫어할 필요는 없잖아.”

하지만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맞으면서도, 완전히는 내 감정을 덮진 못한다.

왜냐면 나는 이제 알게 되었으니까.

내가 ‘얄밉다’고 느끼는 순간은,
내가 소중하게 지키는 무언가를
누군가 너무 쉽게 짓밟았다고 느낄 때라는 걸.

그건 내가 관계에서 지키고 싶은 예의,
배려, 책임, 섬세함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얄밈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나의 기준, 나의 윤리, 나의 삶의 방식이 튀어나오는 지점이다.

그래서 이제는
‘얄밉다’는 말이 나올 때
조금 더 나를 들여다보려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지키고 싶었던 걸까?”
“이 사람의 어떤 행동이 나에게는 불편했을까?”

그렇게 조금씩,
‘얄밈’조차 나를 알려주는 감정이 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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