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일지 11: 나를 다시 정의하는 말들

by 선혜

누군가의 말이 나를 스쳐간다.
어쩌면 그 말은 아무 의도 없이 던진 것일지도 모르고,
그 사람에겐 단순한 한 줄의 관찰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하루종일 그 말을 곱씹는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진짜 그런 사람처럼 보였을까,
그 말 속엔 어떤 판단이 숨어 있었을까.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말이 마치 내 이름인 것처럼
내 안에서 점점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말들로 불려져 왔다.
착하다, 예민하다, 열심히 산다, 자의식이 과하다, 감정적이다, 흔들린다.

어떤 말은 인정했고,
어떤 말은 애써 무시했고,
어떤 말은 나를 오랫동안 가두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남의 말이 나를 규정하지 않도록,
나는 나를 스스로 정의내린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사람의 마음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다.
나는 자의식 과잉이 아니다.
세상과 나 사이의 미세한 결을 감지하는 감각이 살아 있는 사람이다.
나는 감정적이지 않다.
살아 있는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매일 다시 질문하고,
다시 쓰고,
다시 말하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
내가 나를 부를 수 있는 단 하나의 이름이 있다면
그건 아마 이런 말일 것이다.

“나는 계속 나를 사랑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건
누구도 대신 말해줄 수 없는,
오직 나만이 내게 줄 수 있는 말이다.

일요일 연재
이전 08화글방일지 9: 얄미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