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심을 다한 사건, 전세사기 항소심의 기록

by 선혜

항소심 첫 기일을 앞두고,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준비서면을 손질하고 있었다.


을제25호증 공인중개사의 사실확인서.


겉보기에 단순한 증거지만, 그 신빙성 하나가 사건 전체의 인상을 좌우하고 있었다.


사실 이 사건은 지난 전세사기 승소 사건의 의뢰인이 소개해준 건이었다.


그분의 지인이 1심에서 패소했고, "항소심이라도 맡아주실 수 있을까요?"라는 부탁이 조심스레 들어왔다.


나는 그 말에 담긴 기대와 절박함을 단번에 읽을 수 있었다.


이건 단순히 사건 하나를 맡는 게 아니라, 나를 믿고 다시 손 내민 사람들의 신뢰를 지켜야 하는 일이었다.



그 일의 무게를 나는 알고 있었고, 의뢰인의 말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도 단단하게 반박 논리를 짰다.

문제는 이 증언이 피고 측 공인중개사의 ‘직원’에 의해 작성된 것이란 점.


우리는 그 신뢰를 반대로 이용했다.


"이토록 피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이 반복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공인중개사로서의 과실 구조를 드러낸다."
그 문장을 쓸 때, 나는 지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사건은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기울어진 순간에 대한 해명이다.
나는 그 마음을 대변하고 싶었다.


법정에서의 논리는 이길 수 있다는 확신보다는
져서는 안 된다는 책임으로 다가왔다.


그러니 오늘 항소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잘했다”는 말보다 “진심을 다했다”는 생각이 더 먼저 떠올랐다.

진심이란 말이 때로는 모호해 보이지만,
적어도 오늘 내가 선택한 문장들과
내가 들여다본 기록 속에서는
분명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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