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할 브랜드의 답

by 베리피아 다이어리

내게 제안이 왔다.

네가 원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보지 않겠어?


10년 넘게 패션 회사에서 기획자로 살아오며
늘 마케팅과 브랜딩에 관심을 가져왔던 나였다.

하지만 막상 0에서 시작하라는 제안을 받으니
마음은 설레면서도 막막했다.



처음 맞닥뜨린 벽

그동안은 이미 로고와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브랜드 안에서
제품을 기획했다.

브랜드라는 이름표 하나로, 제품은 차별성을 가질 수 있었다.
짝퉁이 있더라도 결국 “그 브랜드만의 로고와 스타일”이라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처럼,
처음부터 모든 걸 정해야 했다.

어떤 제품으로 시작해야 할까.

2주 동안 머리를 싸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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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하고 싶지 않았다.

주방용품? 나는 요리를 못 한다.
스포츠나 아웃도어? 이미 글로벌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육아용품? 진입장벽이 높고, 출산율은 계속 줄고 있다.
반려동물 용품? 이미 경쟁이 치열했다.

생각은 꼬리를 물었고,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돈을 좇던 나를 깨닫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왜 이렇게 돈만 좇고 있지?


어떻게 하면 잘 팔릴지, 돈을 많이 벌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의 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장 소중히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브랜드를 시작하려는 자꾸만 '돈이 되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성공한 신생 브랜드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들의 시작은 돈이 아니라 불편함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언더아머는 미식축구 선수가 무거워진 속옷의 불편함을 해결하며 탄생했다.
룰루레몬은 기존 요가복의 땀 흡수와 신축성 문제에서 출발했다.
안다르는 여성들의 레깅스 착용 불편을 해결하며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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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도
이 작은 불편 하나를 파고들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어 있었다.


나는 왜 그 단순한 출발점을 잊고 있었을까.


다시, 나를 돌아보다

그러던 중 오랜 친구를 만나 고민을 털어놓았다.
친구는 나에게 심플하게 말했다.


너 여행 좋아하잖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맞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여행이었어.'


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즐겁고,
여행지에서의 순간순간은 언제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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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여행사에 취직하고 싶을 만큼 여행을 좋아했다.

왜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그날 이후 나는 결심했다.

여행용품 브랜드를 만들자.


지금까지 내가 다녀온 수많은 여행 속에서
불편했던 순간들,
‘이런 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워했던 기억들.
그 모든 것을 다시 꺼내어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하는 여행,
그 여행을 더 즐겁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
그것이 내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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