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만든 또 하나의 디자인
구매자가 많아지면서부터 고객 분들의 다양한 사용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손에서 변주된 색과 모양.
수영장 라커 앞에서, 거울 셀카 속에서,
우리의 파우치가 전혀 다른 얼굴로 등장하고 있었다.
처음엔 단순히 귀엽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한 장의 사진에서 멈췄다.
핑크색 파우치에 하트 모양 거울이 달려 있었다.
반짝이는 분홍빛이 작은 보석처럼 빛났다.
“아... 이렇게 예쁘게 꾸밀 수도 있구나.”
생각지도 못한 꾸밈의 방식으로 각자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면서
같은 제품도 다르게 보이는 신기한 마법이었다.
그 뒤로 도미노처럼 이미지들이 올라왔다.
곰돌이 인형 키링, 미니 오리 장식,
심지어 에어팟을 넣을 수 있는 미니 파우치까지.
파우치 가방에 달린 이 작은 오브제들이
우리 브랜드의 무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걸 브랜드의 확장 포인트로 삼자.
단순히 귀엽게 꾸미는 걸 넘어,
물에 젖어도 괜찮고, 우리 제품 색감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전용 키링 라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키링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수백 가지 제품을 보며 머릿속으로 파우치에 걸린 모습을 시뮬레이션했다.
“이건 너무 무거울 것 같다.”
“이건 물에 약하다.”
“이건 색감이 안 맞는다.”
고객이 찍은 파우치 가방 사진을 일일이 분석하며
‘사람들이 어떤 포인트를 예쁘다고 느끼는지’를 정리했다.
하나의 공통점이 보였다.
가볍고 유연한 소재
작지만 존재감 있는 포인트 컬러
실용성과 장식성을 동시에 가진 구조
그 기준으로 다시 소싱처를 찾았다.
하나는 열쇠고리형, 하나는 실리콘 고리형,
또 어떤 건 거울이 달려 있고,
작은 지퍼 수납공간이 있어 머리끈이나 악세서리를 넣을 수 있었다.
이건 더 이상 단순한 부속품이 아니었다.
우리 브랜드의 감정선을 이어주는 ‘작은 유토피아’의 파편이었다.
가격은 과감히 낮췄다. 온라인에 판매하는 키링은 대부분 만원이 넘었다.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브랜드의 목표였으므로
가격은 최저 2,900원, 최고 8,900원으로 책정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자신의 개성을 더할 수 있게.”
그게 우리 브랜드의 철학과도 닿아 있었다.
출시 후 반응은 놀라웠다.
고객들은 예상보다 훨씬 ‘꾸미는 일’을 좋아했다.
키링은 실용보다 표현의 언어가 되었고,
파우치 가방과 함께 세트를 구매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실리콘 공병 세트가 ‘공간의 문제’를 해결했다면,
키링은 ‘감성의 영역’을 채웠다.
사실 지비츠를 왜 사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치원생부터 40대, 아니 그 이상의 연령대도 신는 크록스에
마치 아이들처럼 신발에 장식품을 꽂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깨달았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과 자신만의 취향으로
자신을 꾸미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그즈음, 한 인플루언서가 공동구매를 제안해 왔다.
사실 망설였다.
단기 매출만 올리고, 남는 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제 팔로워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진심이 느껴졌다.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믿어보기로 했다.
공구기간은 단 3일. 그동안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이 구매했다.
100명이 구매한 것이지 100개를 구매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산 건 단순히 가방 하나가 아니었다.
가방 본품과 실리콘 공병 세트, 키링 이 세 가지가 함께 묶이며
하나의 완성된 여행 세트로 인식된 것이다.
그 주의 매출 그래프는 눈으로 봐도 믿기 어려웠다.
브랜드를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었다.
2개월 동안 하나도 안 팔렸는데 6개월 차에 폭발적으로 매출이 올랐다.
세상은 늘, 새옹지마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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