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팀에 있을 때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일은 매장 관리였다.
매장을 오픈하거나, 폐점하거나.
매장 안의 상품을 새로 정리하고,
창고 안의 재고를 뒤지고,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늘 뭔가가 벌어지고 있었다.
매장은 브랜드의 ‘살아있는 현장’이다.
예쁜 상품도, 그냥 무심하게 걸려 있으면
고객의 눈에 띄지 않게 된다.
주력 상품은 특히나 그렇다.
물량도 많이 들어가고,
광고도 많이 쓰는 제품.
그 시즌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템.
그럴수록 디스플레이 하나, 상품 위치 하나에
훨씬 더 신경 써야 한다.
아무리 기획이 좋아도
결국 그 마지막 한 걸음은, 매장에서 완성된다.
제품을 직접 고객 앞에 소개하고,
추천하고, 마음에 들게 하고,
결제까지 연결하는 건
모두 현장에 있는 매니저님과 직원분들의 손에 달려 있다.
그래서 그분들의 말 한마디, 손길 하나는
고스란히 매출로 이어진다.
매장의 크기, 구조, 위치, 유동 인구, 분위기까지
단 하나도 똑같은 매장은 없다.
쇼핑몰 매장은 밝고 시끄럽고,
백화점 매장은 크진 않지만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긴장감이 있다.
로드샵은 아주 다양하다.
큰 길가에 있는 곳도 있고,
숨겨진 골목 안쪽에 있는 매장도 있었다.
지방에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없는 곳에는
중심가에 로드샵 매장이 많다.
같은 브랜드라도,
그 매장을 담당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곳이 되었다.
나는 늘 궁금했다.
“왜 어떤 매장은 잘 되고, 어떤 매장은 늘 힘들까?”
내가 느끼기엔 팀워크였다.
잘 되는 매장은
매니저님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따라왔다.
서로 사이가 좋았다.
서로 배려하고, 신뢰했다.
본사에서도 이런 매장은 눈여겨봤다.
자연히 본사 지원도 잘 들어갔다.
잘되는 매장은 임원들이 직접 찾아가보기도 한다.
나는 매장을 갈 때면
늘 음료수나 도넛 같은 간식을 늘 챙겨 갔다.
아주 큰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하면 매니저님과 직원들이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무엇이 잘 팔리는지,
고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사이즈나 컬러에 대한 피드백까지
정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잘 나가는 매장은
당연히 인기 상품의 재고가 빨리 빠졌다.
그럴 땐 내가 다른 매장에서 많은 재고를
잘되는 매장으로 직접 옮겨주기도 했다.
이걸 ‘트래픽’이라고 부른다.
고객이 사고자 하는 그 순간에
상품이 없어서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매출은 그 작고 빠른 움직임에서 만들어지곤 했다.
몇 년 뒤, 나는 상품기획 MD가 되었다.
이젠 기획실에서 일하는 사람이었지만,
매장에 갈 일이 생기면
예전에 알던 매니저님들이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분들과 나눴던 대화들은
지금도 내 기획의 기준이 되어준다.
“고객이 생각하는 우리 브랜드의 제품은 이게 맞을까?”
“이 상품이 매장에서 어떻게 보여질까?”
상품은 사무실에서 시작되지만,
그 끝은 늘 매장에서 완성된다.
매장은, 브랜드의 얼굴이다.
가장 먼저 고객을 만나고,
가장 먼저 피드백을 받는 곳.
그곳에서 나는
상품보다 더 중요한 걸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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