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마음이 열리고,
어떤 사람에겐 경계심이 드는지.
심리학에 관련된 책도 많이 읽었다.
어쩌면 그 관심은,
훗날 내가 패션회사 영업팀에 있을 때 매장에서
‘살아있는 교과서 그 이상’으로 실천하는 분들을
만나는 일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그 시절 나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매장을 자주 돌았다.
매장 매니저님, 직원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직접 판매를 도와보기도 했다.
아쉬운 소리를 잘 못하는 나는 판매가 너무 낯설고 힘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책을 통해 나름대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실천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책에서 읽은 이론보다 훨씬 더 복잡했고, 예측 불가했다.
당시 내가 일했던 브랜드에서
매년 전국 매출 1위 두 분의 매니저님이 계셨다.
(같은 브랜드지만 다른 카테고리)
두 분은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고객을 ‘대상’이 아닌 ‘존재’로 대했다는 점이다.
그분은 조용하고, 차분하고,
말보다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분이었다.
어느 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는 항상 고객이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옆에서 지켜보며 조금씩 느꼈다.
J매니저님은 손님을 늘 ‘존중’하고 있었다.
예의가 아니라, 마음으로.
판매의 대상이 아니라 감사한 존재로.
그래서일까.
그분에겐 늘 단골손님이 있었다.
매장에 방문할 때 늘 커피나 간식거리를 사 오시는 고객도 있었고
새로 김치를 담갔다며 먹어보라고 가지고 오시는 손님들도 있었으며
심지어 몇몇 고객님은 본인의 집으로 초대할 정도였다.
그땐 ‘갑질’이란 단어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그분 앞에선 아무도 무례하게 굴지 못했다.
아니, 매니저님의 따뜻한 마음에 그럴 수가 없었다.
겸손과 신뢰는, 때로 방패보다 강한 것이라는 걸 그분에게 배웠다.
M 매니저님은 정반대였다.
밝고, 신속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절대 매장 안에 가만히 계시지 않았다.
항상 매장 밖에 나가 고객과 호흡했다.
매장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고, 눈을 마주치고,
부담스럽지 않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언제나 끝까지 인사했다.
사지 않아도, 망설여도,
그분은 늘 같은 톤으로 말했다.
“오늘도 예쁜 하루 보내세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라는 게
진짜 존재한다면, 그게 바로 저런 모습 아닐까 싶었다.
결국 고객은 다시 돌아와 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했다.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판매란,
늘 순탄한 일이 아니다.
사이즈가 없을 수도 있고,
고객이 원한 제품이 품절일 수도 있고,
구매 후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심각하게 갑질하는 고객도 있었고
백화점임에도 할인을 해달라고 조르는 고객도 있었다.
이럴 때의 대처,
이런 상황일 때 어떻게 대처를 해내느냐가
그게 진짜다.
두 분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 계셨다.
불만 가득했던 고객이
단 한 번의 응대로 단골이 되는 순간,
나는 책에서 봤던 이론보다 실전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돈보다는 사람이 우선이었다.
결국 그런 그분들의 방식은 사람의 마음을 얻었고
그 마음들은 전국 매출 1등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분들은 돈에 집착하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잃는 것, 그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몇 년 뒤, 나는 상품기획 MD로 자리를 옮겼다.
매장에 나가 직접 고객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 영업팀에서 보낸 시간은
내가 MD로 일하는 내내 도움이 되었다.
"사람, 모든 건 사람 중심이다."
기획서 위에서
제품 수량을 정하고,
컬러를 고르고,
가격을 정할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그 매니저님들이라면 이 상품,
어떤 말로 고객에게 소개할까?”
상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건 사람의 손에 닿고,
마음을 열고 관계를 만든다.
나는 그걸 매장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배웠다.
그리고 그건,
내 커리어의 가장 따뜻한 기반이 되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사람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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