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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노는 법 (2)

2025 한마음대회 (6)

by 이연
제주 팀 - 노래 <나는 반딧불>

앞선 여섯 팀 모두는 내용은 다르지만 모두 춤을 선보였다. 하지만 제주 팀은 남들처럼 춤을 하지 않고 노래를 들고 나왔다. 노래의 제목은 <나는 반딧불>. 모두가 아는 곡이다 보니 어느새 모두가 따라 부르고 있었다.


제주 팀은 한마음대회에 참가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한다. 많은 인원이 모이기 어렵고, 그중에 장기자랑까지 참여할 사람을 찾고 연습까지 하기는 정말 어렵다. 최소 인원이 필요한 춤 대신 노래를 택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연습 부족 때문인지 많은 실수를 했지만 관객들 모두가 합창을 하며 민망함을 달래주었다. 사회자 역시 끝난 다음 "모두가 단합되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정말 한마음대회에 걸맞는 무대였어요"라는 멘트를 했다.


경기 팀 - [춤] / 이 팀, 무대 제목이 심상치 않다.

여덟 번째 차례는 경기 팀.

이 팀은 무대 올라오기도 전, 팀명이 공개된 순간 웃음을 자아냈다. 장미경 교수는 청소년교육과에서 청소년 심리 분야를 담당하는 분이다. 팀명이 공개된 순간, 교수님은 민망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숙이며 한동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춤도 꽤 훌륭했지만 무대 끝난 후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우주 최강미녀 장미경의 후예'로 하려다가 우주는 뺐습니다 ㅎ"라는 말에 마이크를 넘겨받는 교수님은 "그렇게 말씀하셔도 제 힘으로는 성적 못 바꿔드려요 ㅎㅎ"라며 훈훈한 덕담을 나누었다. 다음 날 시상식에서 경기 팀은 제목 빨(?)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광주·전남 팀 - [춤]

아홉 번째, 광주·전남 팀.

이제 슬슬 우리 팀 차례(12번)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동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10번 팀 공연 때 미리 자리를 잡을지 등을 논의하고 있었다.


무대 조금 전이 되자 안 생기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응원용 반짝이 술을 북 채에 묶어뒀는데 그 고무줄이 끊어진 것이다. 새 고무줄을 찾아 다시 묶고 확인하고 하다 보니 공연이 끝나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꽤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은 공연이었는데, 아쉽게도 이 공연에는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인천 팀 - 합창 <Butterfly>

열 번째, 인천 팀.

제주 팀은 3명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던 반면, 인천 팀은 정말 많은 사람이 출격했다. 사회자도 "역시 장기자랑은 쪽수로 밀어붙이는 게 세긴 하죠"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Butterfly> 합창을 했는데, 인기곡답게 많은 사람들이 따라서 불렀다. 나는 잘 모르는 노래였어서 따라 부르지는 않고 핸드폰에서 손전등 기능을 켜서 응원봉 대신 좌우로 흔들었다.


이때부터는 무대에 나갈 준비를 했다. 몇 번째 박자에 맞춰 들어갈지 등은 미리 연습해뒀기에 급하게 섭외한 몇 명에게만 간략하게 최종 확인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산 팀 - [춤]

열한 번째, 부산 팀.

이 팀은 <빙고>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춤을 췄다.

어깨가 들썩거리는 것은 참을 수 없었지만, 조금 뒤에 무대에 나가야 하니 적당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무대에 나가기 위해 핸드폰은 자리에 두고 나갔는데, 대기 자리에 가 보니 의외로 핸드폰과 가까운 거리라서 급하게 핸드폰을 집어 사진을 찍었다. 대부분 무대에 올라가기 때문에 촬영 요청은 어렵겠다 싶었는데, 그냥 넘기기는 아까워서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든 찍어줄 분을 찾아 핸드폰을 넘겼다.




히3.jpg
gl.jpg 서울 팀 - [난타] <김건모 X ROSE & BRUNO MARS - 아파트 (RETRO REMIX)>

드디어 우리 팀 차례가 왔다.

우리는 '아파트'의 리믹스 곡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난타 공연을 했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온다)

가운데 계신 단장님('트'자 밑)께서 북도 치고 지휘자 역할도 맡았다.


이 공연을 위해 우리는 저번 주 일요일에 모여서 4~5시간가량 연습을 했다. 난타는 처음 해보는 것이라 걱정되기도 했지만 몇 시간 동안 수십 번 넘게 반복을 하고 나니 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상태가 되었다. 제대로 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은 내가 지도하기도 했다.


그 다음 이곳 무주까지 내려오는 버스에서도 연습을 했다. 처음 몇 시간 동안 반복 연습을 하던 때는 실수 안 하도록 따라가기 급급했는데, 이제는 노래 전체를 들으며 박자를 조절할 정도가 되었다. 다른 팀원들은 숙소에 들어가서도 연습을 놓지 않았다. '이 정도로 준비를 했으니, 남은 건 무대를 즐기는 것뿐이다'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무대에 올라간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연습했던 박자에 맞춰 그저 신나게 쳤을 뿐이다. 다행히 큰 실수나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하고 내려왔다.

"직접 북을 준비해오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라는 진행자분의 반응을 보면, 이 3분을 위해 서울에서부터 4시간 넘게 북을 공수해 온 '광기'는 잘 전달된 듯 했다.


무대가 끝나고 나서는 북을 다시 옮기고 정리를 해야 했다. 힘들고 귀찮은 일이었지만 성공적으로 무대를 끝냈다는 자부심이 귀찮음까지 날려버렸다.


히.jpg
히1.jpg 모두 다 함께 - <만남>

다시 강당에 돌아왔을 때는 마무리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합창단이 <만남>을 불렀고, 마지막에는 사회자와 주경필 교수님이 즉석 무대를 보이며 사람들을 무대로 끌어올렸다. 노래가 끝나자 모두들 아낌없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이렇게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기며 [장기자랑 대회]가 막을 내렸다. 이제 '뒤풀이'라고 부르고 '2차'라고 읽는 그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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