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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김을 당했다'

2025 여자바둑리그 1라운드 1경기 - 부광약품 VS 부안

by 이연

[1라운드 1경기 - 서울 부광약품 VS 부안 붉은노을]


경기 결과.PNG 출처 : 여자바둑리그 홈페이지 https://w.baduk.or.kr/

서울 부광약품 2-1 승리!


드디어 막을 올린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개막전부터 큰 이변이 일어났다.


가장 먼저 끝난 2국에서 신예 최서비가 상대 팀 부안의 주장인 오유진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초반에는 흑을 잡은 오유진이 꽤나 앞서갔지만 공격하는 과정에서 안일한 선택을 하며 빈틈을 보였고, 최서비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어려운 전투로 이끌어갔다. 오유진에게 몇 차례씩 기회가 있었으나 전부 스스로 걷어차 버리면서 최서비의 승리가 결정되었다.


그다음 1국에서 부광약품 주장 김채영이 뉴에이코에게 항복을 받아내며 2:0으로 부광약품의 승리가 확정되었다. 3국에서 박소율이 이나현에게 완승을 거두며 체면을 지켰지만, 부안 입장에서는 나름 만만한(?) 상대였을 부광약품에게 패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메인 대국]


1국 장고 : (흑)김채영 (백)뉴에이코

김채영은 현재 한국 여자 5위에 위치한 강자. 작년에는 무려 11승을(3패) 해내며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하지만 그 해에는 팀원들이(지금 팀원들이다) 도저히 받쳐주지 못했고, 팀은 3승 11패를 기록하며 뒤에서 2등을 기록하고 말았다. 늘 지는 팀의 에이스는 '나만큼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부담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김채영이 부담을 덜고, 부광약품이 상위권으로 도약하려면 그녀 외의 팀원 3명이 빠르게 성장해 나머지 1승을 책임져줘야 한다.


1국 장면도1.PNG <장면도1>

<장면도1> 지금까지는 무난한 진행. 흑이 중앙을 씌워갔을 때 백1로 나간 것이 이 바둑 최초의 실착이다. 흑이 2,4로 뚫어버리자 위 아래 백이 크게 엷어졌다.


1국 장면도1-진행.PNG <실전진행>

<실전진행> 백은 5~9까지 위쪽 백을 살려야 한다. 이때 흑이 10,12로 압박하자 백이 한 것이 없다. 초반은 흑을 잡은 김채영이 한 방 먹이는 데 성공했다.


1국 장면도1-참고도1.PNG <참고도>

<참고도> 백은 1,3으로 넘어가야 했다. 백이 이 진행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밑으로 눌리는 것이 싫었던 것이겠지만 중앙 흑 모양은 나중에 A등으로 압박하면 허술한 모양이기에 백도 이 정도면 충분했다.


뉴에이코는 김채영에 비하면 부담이 적을 것 같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의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불안요소가 있다. 뉴에이코는 입단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시절인 2017시즌에도 부안의 김효정 감독에게 러브콜을 받아 용벙으로 뛴 경험이 있다.(당시 팀명은 <부안 곰소소금>) 하지만 그 시즌의 성적은 6전6패를 당했고,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번 2025시즌은 그 설욕의 무대. 그때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고, 뉴에이코 본인도 그때의 자신이 아님을 알지만, 이런 트라우마는 어떻게든 이겨야 극복이 되는 종류다. 상대가 김채영이라는 강적이라고 해도 '마음을 비우고 속 편하게' 두기는 어려운 이유다.

1국 장면도2.PNG <장면도2>

<장면도2> 이번에는 좌하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다. 흑이 마지막 수로 백의 눈 모양을 없앤 상황. 백은 1,3으로 중앙을 뚫고나가야 살 수 있다. 흑이 4,6으로 나가는 것은 예정된 행마. 여기서 백은 기로에 선다. A로 그냥 나갈 것인가, B로 단수쳐 나갈 것인가.


1국 장면도2-진행.PNG <실전진행1>

<실전진행1> 뉴에이코는 단수가 악수라고 판단해 백7로 그냥 나가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수가 김채영의 설계에 걸려든 패착. 흑이 8을 선수하자 10으로 압박하는 수가 생겨났다. '가'로 뚫고나가야 하는데 흑8에 돌이 있다보니 '나'로 막을 때 호구가 되어 끊을 수 없다. 백의 위기다.

1국 장면도2-진행1.PNG <실전진행2>

<실전진행2> 백은 11~17까지 바닥을 기며 살 수밖에 없었고, 18자리까지 차지하며 흑은 우세를 굳혔다. (AI추산 흑 승률 80%, 3집 이상 차이) 이후 멘탈이 흔들린 뉴에이코의 헛발질이 이어지며 승부는 싱겁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1국 장면도2-참고도1.PNG <참고도1>

<참고도1> 백은 1로 단수쳐서 나가야 흑이 2로 압박하는 것에 대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백이 3,5로 나가끊는다.

1국 장면도2-참고도2.PNG <참고도2>

<참고도2> 흑은 6,8로 모양을 잡고, 백은 9,11로 끊어서 중앙 흑 다섯 점을 잡는다. 흑은 12,14로 두 점을 잡고 타협하게 된다. 이 바꿔치기는 백이 잡은 다섯 점이 더 커보이지만 흑도 A로 활용하는 수가 남아있어 서로 손해 본 것 없는 교환. 초반에 흑이 유리했던 만큼 그대로 흑이 유리하긴 하지만 (AI추산 흑 승률 65%, 1집이내 차이) 큰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기회가 많은 바둑이었을 것이다.


<총평> 흑을 잡고 초반부터 두텁게 상대를 압박해간 김채영의 운영이 돋보인 판. 흠 잡을 데 없는 깔끔한 승리를 얻어냈다. 좌하 전투에서 뉴에이코의 판단미스가 치명적이긴 했지만 그 실수가 아니더라도 김채영이 초반을 원하는 판으로 잘 짜두었기에 실수가 아니었더라도 김채영의 승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197수 끝, 흑 불계승


[하이라이트]


2국 속기 : (흑)오유진 (백)최서비


2국 장면도1.PNG <장면도1>

<장면도1> 초반은 흑을 잡은 오유진이 무난하게 우세를 장악했다. 다만 <장면도1> 흑3이 문제의 한 수. 백이 4로 응급처치를 해두고 6으로 갈라가자 판이 복잡해지게 되었다.

2국 장면도1-참고도1.PNG <참고도>

<참고도> 흑1로 상변을 간접 보강하는 것이 중요했다. 백이 2로 들어온다면 흑1의 효과 덕에 지금은 3으로 덮어씌울 수 있다. 어차피 하변쪽은 백이 둔다고 해도 별로 크지 않다. 백이 '가' 자리를 역으로 두더라도 흑이 '나'자리로 달리면 백 모양이 좋지 않다.

2국 장면도2.PNG <장면도2>

<장면도2> 이후 많은 수순이 진행된 모양. 백은 상변을 손에 넣었고 흑은 우변을 부쉈다. 백이 1로 지킨 시점에서의 형세는 AI추산 흑 80%, 5집 이상 차이이다. 이때 2를 선수하려고 한 것이 황당한 수. 백이 '가'로 받아준다면 이득이지만 우변이 급한 상황에 그쪽을 받을 리 없다. 백이 3,5를 차지하며 형세는 백의 우세로 뒤집혔다. 흑이 '가' 자리를 잇는다면 백은 '나' 자리에 두어 살아간다.


2국 장면도2-참고도1.PNG <참고도>

<참고도> 흑1로 우변을 먼저 공격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렇게 두었다면 무난한 흑승이었다.

(A의 곳은 나중에 선수해도 된다)


2국 장면도3.PNG <장면도3>

<장면도3> 원래는 이대로 끝나야 했으나, 흑1,3이 좋은 수로 마지막 기회가 생겼다. 백4,6이 착각. 백4로는 A에 막아 좌하 백을 살려야 했다. 하지만 11이 이길 기회를 날린 수. 12로 살아서는 백승 확정이다.

(흑7,9로 연장책을 쓰고도 못 본 걸 봐서는 어차피 못 봤을 듯)

2국 장면도3-참고도1.PNG <참고도>

<참고도> 흑이 1로 두었으면 흑승이었다. 백2에는 흑3으로 두면 백4와 흑5가 맞보기라서 대마가 잡힌다.

(A와 B도 맞보기)


<한줄평> 오유진 다운 훌륭한 초반, 오유진스러운 부실한 수읽기, '이김 당한' 상대.


236수 끝, 백 불계승


3국 속기 : (흑)이나현 (백)박소율

3국 장면도.PNG <장면도>

<장면도> 백1로 찔러왔을 때 2로 받은 것이 패착. 3~9까지 흑 모양을 깨는 행마가 아름답다. 우변 모양이 '가'~'라'까지 선수로 당하는 모양이 되어서는 흑이 집으로 이길 수 없다.

3국 참고도.PNG <참고도>

<참고도> 흑은 1로 받아 패를 해야 했다. 득실을 따진다면 8,10으로 좌변이 잡힌 것이 더 크지만, 무시하고 11,13으로 모양을 크게 키운다. 백도 이 집을 다 내줄 수 없기에 어려운 승부였을 것이다.


<한줄평> 위험을 피하려다 승리로 가는 길도 피해버렸다.


188수 끝, 백 불계승



다음 경기는 [H2DREAM 삼척 VS 평택 브레인시티산단] 매치다.

나는 1라운드 승부예측에서 1국 김주아, 2국 김은지, 3국 리허 승으로 삼척 팀 2:1 승리를 예상한 바 있다.


바둑TV 유튜브.PNG 출처: 바둑TV 유튜브 / 매주 목-금-토-일 저녁 7시 반 생중계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한 주에 한 라운드씩, 총 4경기를 진행한다. (하루 1경기)

매주 목-금-토-일 7시반에 바둑TV에서 중계하며, 바둑TV 유튜브에 들어가면 PC나 모바일로도 라이브 중계를 볼 수 있다.


1국과 2국은 저녁 7시반에 시작하며, 마지막 3국은 저녁 9시에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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