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자주 겪어야 빈번함이 인정되나?

스토킹 범죄

by 아이린

"엊 저녁에는 네가 천향원으로 간 것을 보고 문 앞에서 기다렸으나 나오지를 않았다. 만일 그때 너를 만났다면 나는 너를 죽였을 것이다. 그러 나 좋아하지 마라. 단 며칠 목숨이 연장될 따름이니까"

박녹주 [나의 이력서] 중


소설가 김유정은 악명 높은 스토커로 2년 동안 박녹주 명창을 지독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그가 살해 협박을 한 사실을 알고 나서도 그의 소설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때 안 만나준다는 이유로 남자들에 의해 벌어진 여성에 대한 각종 범죄 기사들의 모둠이 " 왜 안 만나줘"라는 타이틀로 페이스북에 게시된 적 있단다. 게시물을 일부러 찾아보지 않아도 스토킹 범죄를 검색만 해도 제대로 눈뜨고 보기 힘든 범죄의 리스트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범죄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스토킹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상대방이나 그의 동거인, 가족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스토킹처벌법이 규정하는 스토킹 행위 및 스토킹 범죄의 정의다. 흔히들 스토킹을 짝사랑이나 호의라고 착각들 하는데 짝사랑은 혼자서 가슴 아픈 것에 불과하지 스토킹은 자기만족을 위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일 뿐이다.


스토킹을 범죄로 인지하고 처벌하기 위한 조건에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때라는 부분의 모호성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하고 적혀 있지만 그 반복적인 행위의 빈도가 얼마일 때 범죄로 인정되는지 너무 애매하다. 의정부 사건의 예에서도 그 모호성이 결국 비극을 낳았다.


나는 단 한차례라도 공포심이나 불편을 느끼면 이유여하 막론하고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극단적이라고 비난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얼마라는 횟수에 도달해야 인정받는다는 것은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의정부 요양 보호사 사례에서 경찰은 100m 이내 접근 금지, 통화·메시지 전송 금지 등 ‘긴급 응급조치’를 내렸다. 당시 경찰은 검찰에 ‘잠정 조치’를 내려달라고 했으나 검찰은 “스토킹을 지속적·반복적으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고 한다.


잠정조치경찰 또는 검사가 법원에 신청하여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내리는 조치로, 1호(서면경고), 2호(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통신기기 접근 금지) 등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보호 조치가 포함된다. 이 조치는 법원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일반적으로 긴급 응급조치보다 장기적이고 포괄적이다. 응급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지만 잠정 조치는 보다 안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단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스토킹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에서 스토킹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감에 대한 몰 이해를 볼 수 있어 입맛이 쓰다.


대체 얼마의 빈도여야 지속적 반복적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죽음에 도달하는 일은 침해 행위가 일정정도 누적 되지 않아도 어느 때나 일어날 수 있다.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루어지는 통계가 적다는 걸 이유로 침해행위의 누적을 요구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예전 대학을 다닐 무렵 움직이는 바늘에는 실을 꿰지 못한다며 강간 범위에 대해 지극히 좁은 인정을 한 사례를 읽은 적 있다. 이들은 살인은 아니어도 최소한 생명이 경각에 달하는 상해를 입어야 범죄로 인정했던 것 같다. 과거 매 맞는 아내 문제를 가정 문제라고 방기해 맞아 죽는 단계에 도달해서야 가해자를 체포한 것처럼 말이다.


신문기사 각종 연구 보고에 따르면 2019년부터 최근 3년간(2019~2022) 판결문 251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36.3%가 스토킹 전후에 강력범죄로 이어졌고, 이 중 12.4%는 살인까지 발생한 사례였다고 한다. 즉, 약 8건이 살인으로 이어졌고, 그중 절반 이상(약 5건)은 계획적 살인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스토킹행위가 각종 강력 사건의 전조가 되기도 하지만 실제 살인등의 강력 범죄로 이루어지는 확률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되어도 된다고 보는가?


이제 통계 너머를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침해 행위가 빈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면한다면 스토킹이라는 범죄로 고통받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권력이 답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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