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진 후엔 늦다

스토킹범죄

by 아이린

대체 스토킹이라는 범죄가 왜 생기는 걸까? 전문가들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독립적인 존재인 타인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소유물로 아는 까닭이란다. 또 애정 표현으로 오해되나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노감정이 피해자를 굴복시키려는 의사로 나타난단다. 이 가해자들은 현실 검증능력도 부족하고 상대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자신의 행위가 가져온 상황에 대한 책 감을 거의 느끼지 못한단다.


김유정은 번쩍이는 뭔가를 손에 들고 있었다.'칼이다'하는 생각이 들자 온몸이 오싹해졌다. 인력거꾼은 재빠르게 앞으로 달려갔으나 김유정이 더 빨랐다. 그는 인력거채를 움켜잡고 나에게 소리쳤다. "녹주, 오늘 밤은 너를 죽이지 않으마. 안심하고 내려라."그가 들고 있던 것은 하얀 몽둥이였다.

박녹주[나의 이력서] 중


아주 오래전에 기억도 가물거릴 만큼 오래전이다. 수사반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여성이 남자를 죽이려다 미수에 그쳤는데 그녀가 피해자가 된 남자에게 고등학생 때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그것으로 이후 모든 삶이 다 망가진 이야기를 하던 부분이 기억난다. 당시는 스토킹이라는 용어도 없었던 때다. 남자가 일하던 공장 밖으로 물을 버리다가 지나가던 여고생이 물벼락을 맞았고 화를 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웃어주며 괜찮다고 말한 것이 그녀의 비극이 시작된 계기였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뭣 같은 속담과 친절한 말 한마디나 웃음이 자신에의 호의라는 착각 뭐 이런 이야기는 넘친다.


스토킹에 대해 처벌이라는 것을 하겠다는 법이 생기기 전부터 많은 피해자가 있었다. 물리적인 살인만 살인이 아니다. 삶이 무너져 버리는 것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게 만드는 일도 살인이다. 의정부 사건 외

에도 동탄 납치 살인 사건 (5월 경기도 화성 동탄에서 30대 여성 ㄱ씨가 옛 연인에게 납치된 뒤 살해됐다. ㄱ씨는 9번의 경찰 신고, 고소장 제출, 변호사의 고소이유보충서 제출 등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한 달이 넘도록 사건을 방치했다. 외려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 반납을 요구하며 ‘안전조치가 곧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ㄱ씨는 지인이 마련해 준 거처에서 숨어 지냈으나, 곧 가해자에게 발각돼 납치된 뒤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른바 ‘동탄 납치·살인 사건’의 전말이다.) 대구 살인 사건(대구 살인사건 2025년 6월 10일 오전 3시 30분경 대구광역시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 A 씨가 흉기에 피습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편 피해자 A 씨는 사건 직전까지 윤 씨의 스토킹으로 극심한 피해를 호소했으며 경찰로부터 신변보호까지 받고 있던 상태였다) 대구 사건에서도 의정부 사건과 같이 안일한 사법기관의 대처가 등장한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 자료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10년 이상 동종 전과가 없는 점, 주거 현황 등을 종합했을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고 했단다. 대구 사건이 더 공포스러운 것은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해 벌인 사건으로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범죄 장소가 된 것이다. 울산 역시 마찬가지다. 살인 미수라지만 피해자는 중태에 빠졌단다. 울산 사건 가해자는 범행 이전에는 경찰에 폭행, 스토킹 등 2차례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신고 이후에도 B 씨에게 168회의 전화와 400통 이상의 문자를 보냈단다)

대전에서도 7월 30대 여성이 살해되었는데 이 역시 4차례의 신고에도 소용이 없이 목숨을 잃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도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몇 번 만난 여성에게 교제를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어머니 여동생까지 세 모녀를 살해한 가해자 김태현이 있다. 동탄 의정부 울산 대구 대전 모두 2025년에 벌어진 일이다. 네 명이 사망했고 울산 피해자는 회복을 한다고 해도 그녀의 삶은 이전과 같기 힘들 것이다. 회복을 위한 기나긴 투쟁을 해야 한다.


스토킹 범죄자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하고 피해자에게 스마트 워치를 채우는 등의 초기대처가 과연 실효가 있는지 의문이다. 근본적으로 사법기관의 시각이 바뀌는 일이 선행되 필요가 있다. 스토킹 범죄는 애정문제가 아니다. 동탄 피해자에게 경찰이 한 행위를 보라.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사과 한마디가 위로가 될까? 그리고 좀 더 강한 처벌 즉 가해자와 피해자의 적극적 분리가 필요하다. 쓰기도 손가락 아프다.


스토킹 범죄자에게 전자 발찌를 채우는 안도 있다지만 성범죄자에게 채우는 전자 발찌와 달리 신청 건수도 적고 법원이 인용하는 일도 극도로 적다고 한다. 기나긴 스토킹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는 것은 스스로나 도움을 받아 이겨낸다고 해도 생명을 잃는다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살인으로 이어지기 전에 스토킹 범죄의 고리를 끊을 적극적 대안 마련해 주길 정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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