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사 불벌죄가 폐지된 게 언젠데
이 글을 쓰기 위해 공부를 하느라 자료를 찾아볼수록 기가 막힌 일 투성이었다.
울산 스토킹 피해자 여성이 처음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사건 발생 25일 전이었단다. 저녁 바닷가에서 가해자 남성(33)은 이별을 통보한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고, 차량 열쇠를 빼앗아 바다에 던져버렸단다. 피해 여성이 다급하게 길거리에 있던 비상벨로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이 처벌의사를 물었단다. 신당역 사건 이후 스토킹은 더 이상 반의사 불벌죄- 즉 피해자의 명시적인 처벌 의사 표시가 없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
가 아니다. 과거 나는 반의사불벌죄가 피해자의 의사와 인권을 존중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에 토할 뻔 했다.
이 외에도 처벌 불원서 등등이 있는데 이게 과연 피해자의 의사를 위하는 제도인지 모르겠다.
정확한 사건 상황에 대한 기술은 없지만 여성이 신고한 비상 전화는 그냥 아무 데나 이용하는 전화가 아니다. 그 전화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비상상황인데 거기에 처벌 의사를 묻는다고? 처벌 의사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피해 여성은 ‘원치 않는다’고 답했고, 상황은 종료됐단다. 배상훈 범죄분석관은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스토킹 범죄에서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관계 때문에 수시로 마음이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런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묻는 것은 맞지 않다”며 “그만큼 수사기관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전자발찌 착용이나 유치장 구금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지표를 세우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성은 며칠 후새벽 집 앞에 찾아온 가해자를 경찰에 다시 신고했단다. 바닷가 사건부터 집 앞까지 엿새 동안 그녀가 스토킹 가해자 남성에게 받은 연락은 전화 168통, 문자메시지 400여 통에 달했단다.
경찰이 스마트 워치를 지급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하는 응급조치는 취했단다. 문제는 검찰이 경찰이 범죄 위험성이 커 적극적인 격리 조치가 필요하다 판단했음에도, 검찰이 또다시 피해 여성에게 유치장에 피의자를 넣겠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울산 피해자 여성은 검찰이 격리 없는 잠정조치 즉 유치장에 넣지 않는 잠정조치 결정을 한지 닷새만에 여성을 찾아왔고 흉기를 휘둘렀단다.
왜 적극적으로 유치장 격리를 요구하지 않았냐고? 유치장 격리 여부 의사를 묻는 경찰이나 검찰이 아직도 존재함이 성행 문제 아닌가. 위에도 인용했듯 피해자의 감정상태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는 걸 전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잠정조치, 인력 배치 등을 강제하도록 법도 바꿔야 한다. 각자 알아서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선의에 기대어선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한 전문가는 스토킹 가해자 가 한차례라도 접근 금지 등의 지침을 위반할 시 유치장에 넣는 것 같은 적극적 행위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 지급하고 접근 금지 명령 내리는 것이 사실상 스토킹 가해자에 대해 취하는 조치의 전부다. 그런데 스마트 위치를 누를 시간도 없이 공격받아 사망한 여성도 있었다. 스마트 워치에서 보내진 위험 신호에 경찰이 대응하는 시간은 과거 40초에서 지금은 9초 정도지만 위치 파악 후 출동까지의 갭도 존재한다. 이런 스마트 워치라도 피해 여성에겐 사막의 오아시스긴 할 것이다. 이를 지급했다가 보호 종료 하고 수거한다고 통보해 패해 여성을 절망에 몰아넣은 동탄 사례도 있으니 말이다
2024년의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잠정조치는 경찰 신청과 검사 청구를 거쳐 법원이 결정한단다. 5월 말까지 경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신청은 126건이었으며 그중 검사의 청구(107건)를 거쳐 법원이 받아들인 사안은 42건(신청 대비 인용률 33.3%)이었단다. 가장 강력한 잠정조치인 구치소·유치장 ‘유치’ 신청에 대한 법원 인용률은 50.8%(2023년 기준)이다. 전자 장치 부착 신청건도 적고 이에 대한 인용건도 적다. 구치소나 유치장 유치신청인용률은 말할 것도 없다. 전자 발찌 부착만으로도 피해 발생이 눈에 띌 만큼 줄어든단다. 사실 전자 발찌 자체가 심리적 허들로 충분하다. 이것을 차고도 일을 벌이는 사람이 갈 곳은 교도소 외엔 없는 것 아닌가?
피해자에게 스마트 워치 하나 채우고 접근금지 명령 내리는 것을 넘어 위반행위가 한차례 이상이면 전자 발찌가 채워진다는 보호막이 하나 더 주어졌으면 한다.
전에 어느 국회의원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스토킹을 저지르는 이가 단 한 사람에게만 그랬을 리는 없다며 과거 범죄 사실이 나타며 가중 처벌을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했었다. 즉 피해자 하나만을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행위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남의 집 담 넘어본 인간이 다른 집 담 또 안 넘는다는 보장 없듯이 말이다. 스토킹으로 처벌을 받은 이후에 새로운 대상을 찾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느냔 거다.
아무튼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 줬으면 좋겠다. 계속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는 스토킹 관련 대책을 해결하기엔 우리 의원님들이 너무 대단한 일을 하시느라 시간이 없으신 것 같아 좀 그렇다. 아 그리고 스마트 워치라도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 과거 제주에서 벌어진 엄마에게만 지급하고 아들은 주지 않아 아들이 살해되게 만든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몇 년 전 기사이긴 하지만 재고가 부족해 경찰서마다 돌려 쓴다는 내용도 있던데 이젠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