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은 내 정체성이다

작가란

by 아이린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 작가란 오늘 아침에도 글을 쓴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본 적 있다. 어릴 적부터 문자 중독자라고 할 만큼 무언가를 읽는데 빠져 있던 내가 글을 쓰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연결일 것이다. 첨에는 시를 썼다. 시를 쓰는 법도 모르고 편식이라 할 만큼 몇몇 작가의 시 외에는 읽지 않으니 내 시는 그들의 시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었다. 잘 썼는지 어쩐 지는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잠깐 했던 습작이고 지금 내손에 어느 것도 남아있지 않으니 말이다. 그다음은 영화에 빠졌다. 연극을 거쳐 영화로 넘어가 시나리오를 필사하고 읽고 쓰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에 빠져 있던 때도 있었다.


영화학교로 공부를 하러 유학을 가겠다는 꿈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무산된 후, 나는 법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첨엔 어렵기만 하고 재미없던 법조문의 정교함이 나를 매혹시켜서 여러 번 노트에 옮겨 쓰며 공부했다. 압축된 그러나 깊은 뜻을 내포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이런저런 얼치기 같은 생각을 블로그에 올린 게 여러 해다. 지금 10년도 더넘은 정확히는 20년쯤 된 글들을 보면 부끄럽다. 싸이월드의 글들을 옮겨놓지 못해 많은 글을 잃었지만 블로그 초기 글을 보면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싶게 어설프다. 싸이 월드도 그 수준이었을 것이다.


내 글은 나를 먹여 살려주지는 못한다. 예전 장사를 할 때는 전단지 문구 팝업 게시물 문구 등을 직접 쓰기는 했지만 돈을 아끼려 한 어설픈 결과물이었을 뿐이다. 가끔 너무 잘 쓴 글들을 읽으면 부럽다. 내 글이 그 정도의 만족감을 누군가에게 주려면 나는 무얼 해야 할까? 절필 까지는 아니지만 부끄러움으로 아무것도 쓰지 못한 시기가 있었고 그게 제법 길었다.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은 지독한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과정에서였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무력감을 벗어나기 위해 한 문장씩 쓰기 시작한 게 작년부터다. 한 문장이 둘이 되고 셋이 되기 시작해 이제 제법 긴 글을 쓴다. 아직 논리적 구멍도 문장의 허술함도 교정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글은 내게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먹여 살려주는 글을 쓰지는 못해도 내면이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주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말라고 해주기에 나는 오늘도 용감하게 말한다. " 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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