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의 장난

1984년의 어느 날

by 아이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얼마 안 되었을 때다. 전교생이 아직은 바람 끝이 찬 운동장에 무릎 꿇고 앉아 벌을 받았다. 학생회 간부들은 교감선생님께 따귀를 맞았다. 아이들은 훌쩍이고 뭐 아무튼 그랬던 것 같다.

무얼 잘못했는지 잘 인식도 못한 상태였다. 결국 30여분을 그러고 있다가 교실로 들어갔고 , 학과 선생님들은 동정을 해서인지 수업대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우리를 달랬다.


1984년 엄청 오래 전이네... 얼마 전 모교 앞을 지날 기회가 있어 보다가 생각이 났다. 그날 일들이.. 전교생이 무릎 꿇은 운동장은 사라지고 무슨 건물이 들어서 있던데, 내가 올라가 차 다니던걸 구경하던 구름다리도 없어졌더니만.


. 만우절날, 학생회 주최로 벌인 에피소드였다. 방송반이 선생님들을 교무실로 보내고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와 한 바퀴 달라고 스승의 은혜 노래 부르고 교실로 들어간다. 뭐 요즘생각하면 별거 아닌 유치한 일인데 시국이 시국이어서 난리가 났다. 바람 부는 날이면 고려대에서 날아오는 최루탄 냄새가 운동장을 덮던 학교고 시위현장엔 얼굴도 들이밀지 말라는 교감선생님의 당부가 일상이던 학교에서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달려 나와 집단으로 달려 나와 행동을 한다? 나중 생각하니 겁먹을 일은 일이었다.


지금은 스승의 은혜 따위는 생각도 않는 세상이고 최루탄 냄새가 뭔지 기억도 못하는 시대고 학생들이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건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 되었다. 별로 대단치 않는 일조차 추억이라 생각나는 것 보면 나도 늙었다. 참 월담해서 간식을 사던 위치에 구멍가게는 더 이상 없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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