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정리하다 마음 상함

고집불통 아버지

by 아이린

내 노트북엔 씨디를 넣는 데가 없다. 데스크 탑도 없다. 시디 플레이어도 없고 현재 상황으론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 그냥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비디오 플레이어도 없다. 아버지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냥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듣는 것으로 충분하게 여겨야 한다. 우리에겐 비디오 플레이어도 없다. 예전에 녹화한 비디오 못본다. 그리고 레코드판 돌릴 턴테이블 없고 사더라도 놓을곳 없다. 레코드판이 장식물인가? 씨디도 문제의 전공서적도 여행지 슬라이드필름도 못 버리게 하신다. 지금 고집스레 물건을 포장 중이시다. 책꽂이를 내가 쓰려고 했는데 망했다. 그대로 들고 가신단다. 내 책은 어쩌지... 눈물만 난다. 전공서적이 추억인가? 당신의 잘 나가던 시절을 증명해 주는 뭐로 생각하나? 왜 자꾸 버리며 당신을 지우려 하냐는 말에 어머니도 더 말을 못 하신다. 공간에 여유가 있으면 무슨 문제겠나. 머리가 아프다.


나는 상장도 다 버렸다. 전공서적은 강산 몇 번 바뀌어서 쓸모없으니 당연히 버렸다. 전자책이 있지 않은 것만 종이책으로 가졌는데 워낙 책을 좋아하다 보니 좀 된다. 얘네들을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아버지의 과거 집착에 내 물건이 머물 자리를 잃었다. 어쩔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는 바보 같은 일을 하지 말자고 마음을 추슬렀다. 대신 그 물건 정리 돕는 일은 안 하기로 했다. 내 소심한 복수다. 지금 내 책을 놓을 공간을 마련할 궁리를 하는 중이다. 회전 책장을 놀고 안 들어가는 건 침대 밑에 쌓을까? 이사 가면 창고에 보관했던 책도 꺼낼 수 있으려니 했는데... 다시 박스에 넣기는 싫어. 맛있는 과자를 한입씩 먹듯 나의 책은 한 장 한 장 맛보듯이 읽고 메모를 한 것으로 가득하다. 내보내기 싫다. 들여올 때도 심혈을 기울여 고른 건데... 이것도 욕심일까? 책 읽는 일 그리고 사서 읽는 일이 사실상 나의 유일한 즐거움인데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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